서예반 실력을 한 번 맛보러 갑니다
입사 동기와도 같은 서예 동기랑 사부님께서 직접 가르치시는 서예반 단체수업을 목하 참관하러 가는 길이다. 아침 일찍 차를 타고 동기를 픽업하여 제비리에 위치한 사부님 갤러리로 찾아간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바람에 단체수업 서예반원은 아직 출근전이다. 사부님과 사모님께 인사드리자 사부님께서 손수 차 한잔 대접해 주신다. 그윽한 향과 함께 맛도 좋을 뿐더러 차분하신 스승님의 성품을 많이 닮았다.
서예반원이 한 분씩 차례대로 들어오고, 탄창에 총알이 차곡차곡 채워지듯 일단 세 분 정도가 모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집에서 연습에 매진한 작품을 갤러리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 과수원에서 직접 재배한 가장 신선한 과일에 가격을 매기듯이 나름 가혹한 평가라는 총알을 격렬하게 서로 간에 난사하기 시작한다.
탕, 타당! 총 맞은 것처럼 삐침(掠)이 어떻니, 파임(磔)이 어떻니 하면서 경매사를 앞에 두고 감정가는 쉴 새 없이 험한 산을 자꾸만 오르기 시작한다. 마지막 두 분이 더 들어오자 경매가는 덩달아 또 올라가기 시작한다. 상호 간에 사이좋게 오고 가는 비평이라는 총칼의 날카로움 속에 날로 정교해져만 가는 교학상장이 무척이나 부럽기만 하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고수인 상대가 면밀하게 보고 자상하게 알려주니까.
드디어 사부님 체본 시간이다. 스승님은 글을 쓰고, 반원 중에 한 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떡을 써는 것이 아니라, 약속이라도 한 듯 비디오 녹화를 하기 시작한다. 나머지 반원분들은 숨을 거두는 한이 있더라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겠다는 다부진 결의를 다지며, 매의 눈으로 스승님의 붓 끝을 매서울 정도로 따라간다. 시선이 너무나도 뜨거워, 그만 붓 끝이 타내리고야 말겠다.
한 자리에서 한 스승님의 똑같은 글귀를 연달아 7번씩이나 눈으로 보고 나니, 마치 글자에 취한 듯 나까지도 가볍게 쓸 것만 같다.(취한 거 맞네)
사부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글자를 쓰시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 깊은 감탄이 먼저 새어 나오고, 이내 '하~' 가벼운 탄식이 자연스레 뒤따라 나온다. 그야말로 희비쌍곡선이다.
이 양가감정의 미묘한 느낌은 독자분들께서 스승님 앞에서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감정일 것이라 확신한다.
같은 수준의 반원끼리 한 문장을 동시에 여러 번 반복해서 배우게 되다 보니 여러모로 유익한 점이 엿보인다. 6자 이내의 한정된 글자만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자 선생님의 자연스러운 운필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면서, 초보자의 눈에도 어렴풋이나마 획이 지나가는 길이 보이게 되는 행운마저 얻게 된다. 서로서로 연이어 이러쿵저러쿵 각자의 운필 경험도 덧붙여가며, 서예의 난해함과 고단함을 털어놓다 보니 어느새 서로 간에 동기애마저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이 제삼자인 내게도 느껴진다.
평소에 '탁(啄)' 운필을 구현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같은 글자를 7번씩 계속해서 보고 나니 이제야 탁 운필 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되었다. 점을 찍은 후, 붓을 세워 눌러서 붓 끝을 S자로 만들고, 밑 부분을 축으로 그대로 돌려 획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게 제가 스스로 보면서 깨우친 '탁' 운필입니다. 당장에라도 붓과 화선지를 제게 주면, 자연스럽게 쓸 것만 같다. 쉬운 듯 쉽지 않은 쉬운 것 같은 '탁' 운필이지만,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을 걸 알기에. 깊은 한숨이 속에서 저절로 새어 나온다.
알량한 눈만 자꾸 높아져가네. 근육이 눈을 잘 따라와야 하는데
그 옛날 왕희지가 글씨를 배울 때 15년 동안이나 영(永) 자에 전력하여 팔법을 얻은 뒤에야 비로소 모든 글자들을 통달할 수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서예의 기본은 획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고들 한다.
여기서는 그중 3가지(탁, 약, 책)에 대해서만 살펴보고자 한다.
* 탁(啄) : 쪼음
오른쪽에서 짧게 삐친 획을 탁(啄)이라고 하며, 이 획을 쓸 때에는 붓을 왼쪽부터 대어 일으킨 다음 빠르고 예리하게 긋는다. 획이 거칠면서도 뾰쪽해야 세력을 얻을 수 있다. 이 획은 새가 모이를 쪼을 때의 주둥이를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닭이 먹이를 쪼을 때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주둥이를 콕콕 재빨리 그러면서도 예민하게 움직인다. 이 획은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향해 긋는 것이어서, 책(策) 획과는 대칭적인 형상을 취하고 있으나, 운필은 매우 흡사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획은 마치 측(側) 획처럼 가벼운 운필(運筆)이 특징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지나치게 경묘(輕妙) 해지는 나머지 조잡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지식iN 오픈백과 영자팔법 참조]
* 약(掠) : 삐침
길게 왼쪽으로 삐친 획을 약(掠)이라고 하는데, 붓을 정성껏 일으키면 곧은 획이 나오게 된다. 처음 필봉이 출발할 때 약간 살찌게 하고 그 힘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만일 쭉 빼기만 하고 거두어들이지 않는다면 가볍고 온화하지 않은 획이 되기가 쉽다. 이 획은 두발을 빗어 내리는 모양을 나타내는데서 비롯된 말인데, 머리를 빗을 때 먼저 빗을 머리 위에 넣고 나서, 머릿결을 따라 끝부분까지 빗게 되는 모습과 비슷하며, 이 빗을 넣을 때의 방법과 필의가 매우 닮아있다. 즉, 이 획의 특징은 빗을 머리에서 떼는 순간, 마치 엉킨 털을 세게 풀기 위하여 빗에 순간적인 힘이 가해지는 것처럼, 붓을 거둘 때(收筆)에 붓 끝(筆鋒)에 가해지는 힘이 순간적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탁(啄) 획과 흡사한 것 같으나 성질(性質)은 전혀 다르다.
[지식iN 오픈백과 영자팔법 참조]
* 책(磔) : 파임
이 획은 고기를 자르는 기분으로 붓을 이끈다는 뜻에서 부쳐진 것인데, 붓을 역입(逆入)하여 붓털을 펴서 서서히 진행시키다 끝에 와서 거두어 세우는데 함축의 뜻이 담겨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느낌은 관념상으로는 매우 쉬운 것 같아도 실제 운필은 대단히 어렵다. 이 획의 특징은 한 획 속에 가는 부분과 굵은 부분이 두드러지게 함께 섞여 있다는 것이며, 또한 한 글자의 최종 획으로 사용되는 일이 대단히 많다. 그러한 까닭에 이 획은 글씨의 성패(成敗)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획이다.
[지식iN 오픈백과 영자팔법 참조]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시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