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사소한 것들로 소중하게 채워진다.
1. 손주 녀석의 레고 블록 한 조각이 사라졌다.
얼마 전에 드래건 블록을 선물 받았다고 자랑을 하며 완성하면 보여주겠노라고 자랑을 하더니만 드디어 레고 블록으로 만든 드래건을 갖고 왔다.
“함미, 이건 드래건의 날개고 이렇게 하면 앞뒤로 날개가 움직여요. 이 발톱 좀 봐. 진짜 용의 발톱처럼 날카롭고 멋있지요?”
점심밥을 먹으면서도 녀석은 손에서 블록 드래건을 놓지 못하고 자랑을 하느라 부산하다. 밥을 먹는 건지 드래건 자랑을 하는 건지...
겨우 점심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한 후에 식탁에 앉으니 본격적으로 블록 드래건을 선보이느라 손과 입이 바쁘다.
드래건을 분리해 두 마리의 드래건을 만들 수 있다며 드래건을 조심스럽게 분리하던 손주 녀석의 손에서 갑자기 블록 드래건이 자유를 찾아 식탁 아래로 탈출.
아뿔싸!!
드래건의 작은 부품들이 산산조각 나 이리저리 흩어져 거실바닥으로 날아갔다.
당황한 손주 녀석과 함미씨가 손톱만 한 작은 부품들을 찾아 거실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며 하나하나 주워 모았다.
그런데 드래건의 상징인 한쪽 날개의 부품이 안 보인단다. 분명 블록 조각들이 날아간 방향의 거실 바닥을 기어가며 샅샅이 찾았는데 안 보인다.
덩치 큰 소파 밑으로 들어갔나 하고 핸드폰 플래시를 비춰가며 긴 막대로 소파밑을 뒤졌지만 애먼 쓰레기들만 막대 끝에 걸려 나온다.
거실 소파밑을, 안마의자 밑을, 거실장 다리 아래를, 냉장고 아래까지 바짝 엎드려 찾아보았지만 자유를 찾아 날아 간 날개 한 짝은 끝내 안 보인다.
금방 울상이 된 손주 녀석, 자신의 잘못이니 울지도, 투정도 못 부리고 블록들이 흩어진 방향만 쳐다보며 우두망찰 서 있다.
찾은 부품으로 임시 조립한 한 쪽날개를 잃은 애처로운 드래건. 방금 전에 본 위풍당당한 드래건의 위용과는 너무도 애처로운 한쪽 날개를 잃은 드래건.
녀석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말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납작 엎드려 침대 밑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함미, 저 다리 옆에 뭔가 납작한 게 보여요!” 하며 소리친다.
엎드려서 손주 녀석이 말한 침대 다리 쪽을 핸드폰 플래시로 비쳐보니 정말 뭔가 납작한 작은 물체가 보였다.
몸을 바싹 침대밑에 붙여 팔을 있는 대로 뻗어 막대로 휘저어보니 다행히 작은 물체에 닿았다.
작은 물체가 제발 잃어버린 날개 한쪽이기를 바라며 막대 끝을 살살 움직여 물체를 끌어냈다.
찾았다!
침대 다리 밑에서 찾은 작은 날개 한쪽을 손에 쥐는 순간, 광명을 되찾은 듯 손주 녀석의 얼굴에 안도와 기쁨의 환한 미소가 번졌다.
휴우~~ 이 함미씨도 얼마나 다행인지.... 침대밑을 찾아보고 없으면 그만 찾기를 포기하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녀석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
녀석은 되찾은 날개 한쪽을 혹시라도 또 떨어뜨릴까 식탁에 정자세로 앉아 조심스럽게 드래건에 날개를 달아 줬다.
그러곤 소중히 블록 드래건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드디어 얼굴에 찾아든 기쁨의 밝은 미소.
블록의 작은 부품인 날개 한쪽이 이다지도 소중했다니, 날개를 되찾은 드래건은 처음의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손주 녀석의 얼굴에 빛나는 미소를 되찾아 주었다.
2. 슬리퍼 한 짝이 안 보인다.
지난 가을이었다.
차박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부여 여행을 떠났었다.
부여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부여 백마강 수변공원에서 차박을 했다. 넓은 잔디밭과 코스코스꽃밭이 백마강변을 수놓은 아름다운 가을날의 밤.
갑자기 먹장구름이 몰려들더니 세찬 비가 쏟아져내렸다.
급작스럽게 비가 쏟아져내려 벗어 놓은 슬리퍼를 미처 차 안으로 들여놓지 못하고 차 안으로 들어와 정리를 한 후 잠을 잤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다 까무룩, 이른 아침에 눈을 뜨고 차창에 드리운 커튼을 젖히고 창밖의 동정을 살피니 여전히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밖으로 나와 화장실을 가려고 슬리퍼를 찾는데 어라? 슬러퍼 한 짝이 안 보인다.
아 어디로 갔을까? 하필 한 짝만 안 보일까?
슬리퍼가 날아갈 정도로 심한 바람은 불지 않았는데, 설마 밤중에 누군가 차에 다가와 일부러 슬리퍼 한 짝을 가져갔을까?
그럴 리가....
2만 원 주고 산 하늘색 슬리퍼 5년을 신어 정이 잔뜩 들었는데,
신축성이 좋아 아쉬운 대로 하부씨도 잘 신었는데,
질기디 질겨 앞으로 5년을 더 신어도 끄떡없을 슬리퍼인데 어디로 갔을까?
우산을 받쳐 쓰고 차 주변을 휘 둘러봐도 안 보였다.
너무 아깝고 오랜 친구와 영 이별을 한 듯 마음 한 구석이 휑하니 허전했다.
‘에이 다시 차에서 신을 슬리퍼를 사야겠다.’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하부씨가 우산을 빼앗아 쓰고는 작정한 듯 차 주변을 멀리까지 휘둘러본단다.
한참을 돌아보더니 버드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숲으로 뛰어간다. 그러고는 한 손에 하늘색 슬리퍼를 찾아들고는 의기양양 차로 돌아왔다.
찾았다.!!!
하부씨의 손에 들린 하늘색 슬리퍼 한 짝을 홀로 있던 슬리퍼 옆에 나란히 놓아 두니 마음이 놓인다. 길 잃은 아이를 되찾은 느낌이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다시 찾은 하늘색 슬리퍼를 챙겨 제주도 한 달 차박여행을 다녀왔다.
편안히 발에 착 감기는 가벼운 고무 슬리퍼.
오래된 벗이 마음을 편안히 하듯이, 오래 길들인 슬리퍼와 함께 한 차박여행도 무척 편안했다.
3. 찜기가 분명히 있어는데 없어졌다.
하도 오래 써서 언제 어디서 샀는지 기억조차 없는 스텐 찜기.
가끔 생각날 적마다 수세미로 묵은 때를 벅벅 벗겨내고자 애를 썼지만 세월의 때가 틈틈에 박힌 못난이 찜기다.
중간에 찜기를 바꿔 볼까 하고 새것을 사서 애를 쓰며 쇳가루를 다 벗겨내고 몇 번 써봤지만 얼마 못 가 스텐을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져 못 쓰게 되었다.
안 쓰고 버리려고 싱크대 깊숙이 넣어 둔 찜기를 다시 꺼내 쓰기를 이때 껏.
어느 날엔가 냉동실 깊숙이에 넣어 두었던 백설기를 쪄 먹으려고 찜기를 찾았다.
늘 넣어두는 싱크대 맨 아래 냄비칸에 손을 넣어 찜기를 찾는데 손에 안 잡힌다.
‘어라, 찜기가 어디로 갔을까?’
분명히 제자리에 접어서 둔 것 같은데, 마지막에 찜기를 쓴 기억을 떠올리니 분명히 며칠 전에 고구마를 쪄서 먹었다.
대책 없이 버렸을 리가 만무한데, 설마 하부씨가 부엌살림을 버릴 리도 없고 하부씨가 찜기를 이용해 뭔가를 해 먹을 일도 없는데....
낑낑대며 쭈그려 앉아 머리를 간신히 냄비 수납장에 집어넣고 살펴봐도 안 보인다.
핸드폰 플래시를 켜 수납장을 살펴봐도 냄비들을 제 끄집어내고 찾아봐도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다리가 아파 일어나서 수납장을 째려보며 생각에 생각을 했다.
하아~~ 찜기를 내가 어쨌을까?
분명 찜기를 손댄 사람은 나 자신인데, 도통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기일전 다시 한번 마음을 차분히 하고 수납장 아래에 머리를 구겨 넣고 찾아본다.
저기 틀어박힌 냄비뚜껑!!
저것을 왜 손대지 않았을까? 수납장 칸 틈에 틀어박힌 냄비뚜껑을 꺼내보니 냄비뚜껑 안에 찜기가 들어앉아 숨어있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찜기를 찾았다!!!!
찜기가 숨바꼭질을 하고 싶었나 보다.
묵은 손때 묻은 찜기가 이렇게 소중했다니, 미처 몰랐다.
찜기를 새로 사 쇳가루를 구석구석 벗겨 낼 생각을 하니 정말 싫었다.
또 요즘의 스텐 찜기는 너무 약하고 마음에 안 든다. 물론 전기를 쿡 꽂아 쓰는 비싼 찜기도 있겠지만, 세월에 절은 내 손때 묻은 찜기가 최고다.
힘들게 찾은 찜기에 뽀얀 김을 모락모락 올려,
냉동실 냄새가 살짝 배어든 백설기를 포실포실 쪄
폭 삭은 김치에 싸서는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4. 내 모자를 어디에서 잃어버렸을까.
작년 초겨울에 강원도 춘천으로 차박여행을 떠났었다.
호반을 가로지르는 삼악산케이블카를 타고 춘천시의 야경을 감상했다. 그러고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한창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레고랜드를 진입하는 춘천대교의 야경을 감상하러 레고랜드의 주차장을 찾아갔다. 의암호를 가로지르는 춘천대교에는 휘황한 조명에 대해 분수까지 쏟아내는 다리 난간의 야경이 기대한 만큼 아름다웠다.
그렇게 레고랜드 주차장에서 춘천대교의 조명쑈를 감상한 후에 차박지로 정한 삼악산케이블카 임시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한참을 달려 공지천의 공영화장실을 들려 생리현상을 해소하고는 당일의 차박지인 삼악산케이블카 임시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도착해 한쪽 구석에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잠을 자기 위해 차 안의 침상을 정리하느라 차 주변을 왔다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머리에 찬바람이 들며 휑하다.
함미씨는 항상 차박여행을 다니면 모자를 쓴다. 모자의 용도는 자외선 차단보다는 여행을 다니며 머리단장과 선크림도 못 바르는 꾀죄죄한 모습을 감추려는 의도다.
당연히 차 안에 벗어놨을 거란 생각을 하고 차 안을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모자가 안 보인다.
모자가 어디 갔을까?
차 안의 짐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모자를 찾아 차 안을 다시 한번 꼼꼼히 둘러보았다. 그런데 모자가 안 보였다.
생각을 일시정지!
모자를 무릎에 벗어놓았다가 화장실에 간다고 그냥 일어나 화장실 앞 주차장에 떨어뜨렸을까?
아니면 춘천대교 야경을 감상하고 차에 탈 때 모자를 떨어뜨린 것을 모른 채 그냥 온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당황하면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도 기억을 떠 올릴 수가 없는 나이.
다시 잘 생각을 해보라는 남편의 채근에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고, 아무리 빈머리의 회로를 돌려봐도 모자를 어떻게 했었는지 전혀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었다.
이럴 수가 있나. 머릿속이 정말 백지장이다.
남편이 어서 차에 올라타란다. 시간은 벌써 잠을 자야 할 시각이 다 되어가는데,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보자고 한다.
소중한 모자를 찾으려면 시키는 대로 아니, 내가 먼저 제안을 했어야 하는데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다시 공지천 공영화장실 주차장으로 가서 주차장을 두리번, 화장실로 걸어가며 아까 전의 동선을 꼼꼼히 확인.
또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실 칸칸을 다 뒤져보았지만 공지천 화장실 앞 주차장에는 모자가 없다.
설마 모자가 떨어진 것을 누가 주워갔을까?
낙심한 채 다시 레고랜드 주차장으로 출발.
약 10여분을 달려 레고랜드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도착해 다시 샅샅이 살피고, 춘천대교 야경을 보며 사진을 찍었던 주차장 끝까지 걸어가 바닥을 살폈으나 모자는 안 보였다.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데, 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뭔가 거무스름한 물체가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른 달려가 보았으나 누군가 쓰레기를 모아 버린 검은 비닐봉지. 누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냐며 에먼 비닐봉지를 타박했다.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모자를 어디에서 잃어버렸을거나.
여행은 일정은 아직 이틀이나 더 남았는데, 모자 없이 꼬질한 모습으로 여행을 더 해야 하나, 그냥 내일 집으로 돌아갈까 혼자서 생각에 생각을 했다.
모자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며 남편의 지청구를 폭풍으로 들으며 힘없이 차박지로 돌아왔다.
차박지로 돌아오는 약 15분 동안 혼자 속으로 마음정리를 했다.
‘에휴, 모자 너와의 인연은 여기 까지는구나. 모처럼 비싼 가격의 모자였는데, 어쩔 수 없지. 그만 모자 생각을 접자.’
그렇게 피곤한 야간 운전을 해 준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속도 상해 그저 침묵. 하지만 가슴속은 쓸개를 씹은 것처럼 매우 쓰고 아렸다.
아까 정한 차박지에 주차를 하려는데 자동차 불빛 아래 검은 물체가 보였다.
저게 뭘까? 혹시 모자!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얼른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
“모자다!”
하아, 조금만 더 차 주변을 살펴볼 것을 정말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담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반가운 마음에 모자를 소중히 보듬어 안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얀 백지장이었던 머릿속의 회로가 씽씽 돌아갔다.
공지천 화장실에 가기 전에 모자를 벗어 운전석 뒤의 폴딩박스 위에 놓아두었었다. 그런데 회전력에 의해 모자가 운전석 뒷문 틈으로 떨어져 내렸고,
차 안의 침상 정리를 하려고 남편이 뒷문을 여는 순간 모자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던 거였다.
다시 찾은 모자를 가슴에 안고는
“여보, 미안해요.” 그러고는 백치처럼 배시시 멋쩍은 미소를 지어야 했다.
다시 찾은 모자 덕분에 물건 간수 제대로 못한다고 자책에 자책을 하고, 희미해져 가는 기억력에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다는데...
혹시 내가 치매 초기? 아니 단기 기억 상실증? 별별 생각으로 침울했던 마음에 광명을 되찾은 듯 금세 평온해졌다.
까짓 남편의 타박이야 실컷 들어주면 그만, 다시 찾은 모자를 소중하게 차 안에 모셔두고 평안한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모자 간수를 잘하라는 남편의 당부를 들으며 의암호 호반길을 신나게 걸었다.
5.순금 목걸이를 분실했던 기억을 회고하며.
한 칠 년 전에 김장준비를 하느라 퇴근 후에 혼자서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본 적이 있었다.
하필 이날 뭐에 씌였는지 목폴라 니트 티셔츠 위에 순금 목걸이를 턱 하니 목에 걸고 출근을 했다. 퇴근을 해서 차를 몰고 대형 마트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에 장을 보는데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외투를 차 안에 벗어 두고 카트를 밀고 마트에 들어섰다. 카트를 혼자 밀고 다니며 김장에 필요한 야채를 산더미로 사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고 거울 앞에 섰는데 아뿔싸 목이 허전하다.
이게 뭔 일?
아~~ 순금 목걸이가 감쪽같이 목에서 사라져 버렸다. 혹시나 하고 차로 내려가 샅샅이 살피고, 외투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봐도 목걸이는 안 보였다.
급히 마트에 전화를 걸어 혹시나 목걸이를 찾으면 연락을 달라는 당연히 희망없는 전화통화를 했으나 마트의 응대는 ‘예 고객님, 알겠습니다.’
그 이후로 순금 목걸이는 그렇게 영원히 안녕을 고했다. 생애 처음으로 장만한 순금목걸이인데 속이 매우 쓰리고 아팠다.
다음 날 김장을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이번 김장은 백만 원짜리다. 아주 비싼 김장김치니 아껴서들 먹어라.”
그러면서 순금 목걸이 분실사건을 생각에서 간단히 지워버렸다. 사치품은 일상 생활에 없어도 되는 물건이니까 생활하는데 눈꼽만치도 불편이 없더란다.
단 백만 원이나 되는 돈이 아까웠을 뿐. “에잇 백만 원은 없어도 되는 돈이야.” 라며 간단히 마음 정리를 했다. 그러고는 끝.
내 삶에 편의를 제공하고 필요한 것들은 너무 흔하며 저렴하고 사소한 물건들이다.
사소한 것들이라 다시 사면된다지만 오래 쓰고 정이 든 물건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나만의 진한 정과 세월의 더께가 쌓여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어 버린 소중한 반려품들이다.
봄이다.
곧 하늘색 슬리퍼를 차에 싣고, 다시 찾은 모자를 쓰고 여행을 떠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