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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Apr 18. 2024

Ambos Mundos Hotel  511호


 쿠바 아바나를 가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Ambos Mundos Hotel’이었다.

가이드가 쿠바의 청춘들이 드글거리는

'말레콘'에 가자고 했지만

마음은 5년 간 헤밍웨이가 묵은 호텔에 가보고 싶었다.

물론 말레콘에 가서

쿠바의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하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동경해온 훼밍웨이를 만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호텔에서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의 초고를 집필했다.

511호엔 그는 이제 없지만 대형 브로마이드가 있어

우리에게 기념 촬영할 기회를 준다.

털보아저씨 느낌의 헤밍웨이를 보고 있자면

우리네 마을에서 만나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가 즐긴 모히또를 마시며

오래오래 있고 싶었지만

밀려오는 관광객 때문에 한 컷 찍고 나와야 하는 형국이다.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내 모히또는 라 보데기따, 내 다이끼리는 엘 플로리디따).”

헤밍웨이가 남긴 이 문장은

쿠바관광 산업의 작은 디딤돌이 되어

방문자마다 마시게 한다.

 그가 호텔에서 글을 쓰다가 

산책한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에 나가

걸어보고 길거리 공연하는 팀들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비행기 추락으로 입은 부상이 악화되자

글 쓰기를 포기하고 소지하고 있던

권총으로 자살하고 말았다.

그의 나이 불과 62세 때였다.

우울증 때문이었다.


헤르니모 임선생을 만나 받은 본인책과 사인


가이드를 해준 친구가

특별한 한국분이 계신다고 해서

방문을 했다.

쿠바 이름 '헤르니모 임'

한국이름 임은조!

그는 쿠바에서 한인 최초로 대학에 들어갔고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와

혁명 동지로 투쟁하여

쿠바 독립을 쟁취했다.

그 후 그는 산업부장관인 체 게바라와 함께

차관으로 근무하고 은퇴해 

쿠바 고향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를 만났지만 우리 말은 인사말 정도 였고

안내한 친구가 통역을 해줬다.

그는 나에게

자기의 존재를 한국에  알려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하면서

그의 책에 사인을 해주었다.

그런데 몇년 후에 그의 부친인 임천택씨의 삶이

'디아스포라'(전후석감독)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되기도 했다.

내가 못한 일을 전후석감독이 해줘

너무나 고마웠다.

영화는 관람했지만

몇번 수소문 했지만

감독은 만날 수 없었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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