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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Sep 03. 2024

교훈과 급훈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

교훈과 급훈는 거룩했다.

교훈은 더욱 거룩했다

거룩했다기 보다 고리타분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에는

어느 학교든 비슷했다.

“정직, 성실, 근면”

“사랑,친절,순결”

“사랑하자,명랑하자,씩씩하자”

"새로운 생각,올바른 행동,튼튼한 몸"

누가 이 고리타분한 교훈을 외우겠는가?

또 누가 실천하려고 하겠는가?

다 공자님 말씀 같은데

어떻게 학생들이 그걸 실천할 수 있겠는가?

가끔 선생님들이 불시에 질문해서

트집잡는 용도로 쓰일 정도였다.

그 반면 급훈은 좀 더 구체적이다.

“담임은 거들 뿐”

“가족 같은 우리”

“스스로 깨면 병아리/남이 깨면 후라이”

이렇게 대부분 공부에 관계된 것이나

아니면 얌전하고 착실한 학생으로 생활하라가

전부다.

학생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관리하는 선생님이나 학교 입장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2005년 모 학교에서

생각지도 못한 급훈을 정했다.

“수지는 아직 처녀다”

급훈이 선정적이다,

얼마나 선정적이었으면 보도가 될 정도였겠는가?

기존 시각으로 보면 당장 내려야 할 급훈이다.

담임선생님이나 반장이

징계를 받아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시대는 변해

당당히 급훈으로 대접을 받았다.

그 반이 이런 급훈을 정한 이유는

아직 수지가 결혼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수지를 아내로 맞이할 정도로 성공하자는

내용이라고 한다.

반 학생들이 투표로 정한 것이니

담임 선생님이 반대할 수도 없고

그들의 소망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수지를 아내로 맞이할 정도로 성공한다면

대박이라고 묵인한 것 같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본인 수지씨는

기분이 어떨지 몰라도

그녀도 애교로 봐주지 않았을까?

이런 슬로건이 좋은 슬로건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뜬구름 잡는 슬로건은 있으나 마나하다.

행동이 따르려면 구체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로건은 짧고 명료해야 한다.

미국 공군의 슬로건은 "Aim High!"다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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