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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Sep 03. 2024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은
대한민국


 그녀는 혼자서 할 줄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늘 당당했습니다.

기껏 해주는 것은 애교와 손을 주는 정도,

그리고 부르면 꼬리가 떨어질 정도로 흔들며

달려오는 것이 전부였다.

혼자서 목욕도 못하고 빗질도 못하고

그래서 언제까지나 애기처럼 느껴졌었는데

그녀는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하고

먼저 엄마가 되고 먼저 할머니가 되고

그리고 안타깝게도 먼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13년 2개월 3일 동안 그녀는 나의 껌딱지였다.

주인을 닮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외로움을 많이 탔었다.

산책을 나가면 만나는 친구들에게 반가워하면서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쭈뼛쭈뼛했다.

내가 안고 소개를 하고

간식을 주면서 달래야 친구가 되곤 했다.

참 부끄럼도 많이 탄 수줍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는 거의 멘붕에 가까운 패닉 상태가 지속되었다.

퇴근하면 내 발자국 소리를 알고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던 그녀가 사라지자

나한테도 엄청난 크기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쌓이기 시작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었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날이 많았다.

잘 해주고 놀았던 기억보다

잘 못해주고 나무랬던 기억만 생각나

그것이 더 괴로웠다.

이런 경우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어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때 일이 많아 몰두하는 시간들 때문에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없었으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요즘 길거리에 나가면 반려견들과

산책하는 모습을 흔히 목격한다.

너무나 귀엽고 예쁜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한번 먼저 보내는 경험을 해서

내가 위로 받자고 키우는 것은 아닌 듯해서

참고 있는데 늘 마음 한 켠에는

함께 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반려동물 1천만시대가 넘어가고 있다.

사회가 각박하고

노령화시대로 급격히 변할수록

많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낮고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쩌면 필연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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