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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Sep 06. 2024

터미널과 공항은 큰 마음이
필요한 곳이다


 며칠 전 토론토에 사는 딸아이가 휴가를 나와

2주 정도 서울에 머물다 갔다.

중학교 2학년 중간에 토론토에 가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해서

본인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다.

대한민국 아이들이 캐나다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멀티풀하게 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딸 아이의 말을 빌리면

하루 이틀이면 해결할 일을

직원들은 일주일씩 끙끙 앓고 있다는 것이다.

그 회사에 한국 직원은 남자 한 명과 우리 딸 아이가 다니는데

관련 부서에서 탑급의 퍼포먼스를 낸다고 한다.

그래서 포상 휴가도 많고

연봉도 높은 편이다.

단순히 내 딸이어서 가 아니라

대한민국 DNA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와서는 멀리 여행가지 못했지만

가까운 데서 한류 열풍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처음에 유학 보낼 때는

영어는 잘할까, 치안은 안전할까

외롭지는 않을까 등등으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금방 적응하고 학교 생활도 잘했다.

서울에서 미술학원도 보내지 않았는데

그림을 곧잘 그렸다.

당시에 내가 미대에 강의를 나갔는데

대한민국 최고의 미대였지만

손으로 그리는 실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머리로 그리는 ‘헤드워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손재주만 키워주는 미술학원에

보내지 않고 발상에 대한 훈련을

지루하지 않는 방법으로 시켰다.

손재주로 그림 그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야외로 놀러갈 때

차가 밀리면 연상 게임을 자주 했다.

예를 들면 빨강색하면 생각나는 것 말하기,

학교하면 떠오르는 것 말하기 등

아이들의 일상에 맞는 소재들로

퀴즈를 내고 답을 하고

떠들며 다녔다.

나에겐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훈련이었고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엄마 아빠를 이기려는

게임이었다.

반면에 초등학교 5학년에 간 아들은

적응에 애를 먹었다.

수업 방식도 다르고

언어도 소통이 잘 안 되니까

1년 정도 고생한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영어도 빨리 늘었고

사귀는 친구들도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지금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매사가 신중하고 진지해서

약간 재미는 없지만

나름 리더쉽도 있고

자기 일은 본인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 나가서 다행이다.

와이프와 아이들이 오거나

내가 토론토에 가서

함께 지내는 시간들은 너무 행복하지만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되면

나는 일주일 정도는 우울 모드로 지낸다.

특히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큰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깨달은 사실 하나는

공항과 터미널은 인간의 마음을

크게 만드는 곳이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공항에서 이별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공항과 터미널이

왜 인간의 마음을 크게 만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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