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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Sep 06. 2024

가장 나쁜 것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원래 신춘문예로 등단하려던

나는 실패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8번이나 시도했지만

당선의 영광은 항상 내가 아니었다.

막막했다.

언론사 시험도 실패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이었다.

하나 자신 있는 것은

글재주였다.

신춘문예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대학을 졸업한 다른 친구들보다는

글재주가 월등했다고 생각한다.

잘 쓴 자기소개서 하나로

어렵지 않게 첫 직장을 잡았다.

카피라이터, 사보편집자, 회장님 원고 작성자 등등

할 일이 많았다.

카피를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직장에서 붙어있기 위한 수단으로 일을 했다.

신입사원에서 3년차까지 가는 동안

사내에서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일을 했다.

내부의 선배들의 가르침이 성에 차지 않아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대선배 분들을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카피를 잘 쓰는지에 대해

묻곤 했다.

당시에는 카피라이터가 귀해서 가능한 시절이었다.

또 신입사원이 전화해서 카피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

얼마나 귀여워겠는가?

정말 자주 찾아 뵈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의 최고봉 L선생님을 찾아 갔고

광고대행사의 카피 출신 고위 임원이신 K상무님을 

전화해서 겁도 없이 만났다.

그런 나의 노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그분들을 만날 설레임으로 하루를 보낸곤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해내야만 했다.

그래야 ‘카피 선생님’들을 뵐 수 있었으니까.

짧은 시간이라도

오라고 하면 갔다.

단 한 줄의 카피를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도

찾아갔다.

나에겐 유일한 선생님이었고

배움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이런 생활 3년이 넘어갈 싯점에

굴지의 광고대행사에서 경력 카피라이터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붙었다.

이렇게 광고 회사에 들어와 21년을 근무하고

독립을 하게 되었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에서 대리까지 일하고

LG그룹의 광고대행사인 LG애드(현HS애드)에

스카웃되었다.

참 많은 브랜드와 제품광고를 담당했지만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삼풍백화점 광고를 담당한 일이다.

런칭 광고에 '이제 서울에 3가지 풍요로운 생활이 열린다 삼풍백화점'

이런 카피를 썼는데

비딩에서 이게 채택이 되어 집행되었다.

'3가지 풍요로운 생활' 삼풍 이런 컨셉으로

백화점 브랜드명을 쉽게 일리기 위한 

광고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나도 무너지기 전날까지 거기서 쇼핑도 하고

시장조사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ㅠㅠ

삼풍 붕괴 사고가 나고 난 한동안

마치 내가 거기에 온 고객들을 

간접 살인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광고인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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