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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Sep 10. 2024

가슴으로 셔터를 눌러라


 요즘은 식당에 가서 음식이 나오면

숟가락 보다 휴대폰을 먼저 든다.

촬영을 하고 나서야 그 다음에 먹을 수 있다.

특히 여자들과 함께 가면 더 민감하다.

전체를 촬영하고 특이한 메뉴를 클로즈업해서

촬영해야 비로소 먹을 수 있다.

이걸 어기면 한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촬영한 것들은 본인의 SNS에 올린다.

‘나, 오늘 여기 갔다왔다’라고 자랑하기도 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사실 개인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마도 내 세대가 글로서 그날을 기록했다면

요즘 세대들은 SNS로 기록하고

저장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여행을 가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대신에

먼저 스마트폰을 꺼내 경쟁하듯 눌러댄다.

나는 직업상 카메라와 친근한 직업이지만

촬영을 자주 하지 않는다.

기계로 기억하는 대신 마음으로 기억하기 위함이다.

충분히 보고 충분히 생각하고 기억하기 위함이다.

이런 나를 보고 ‘아니 광고하는 사람이 촬영하면

더 멋지게 할 것인데 왜 안 하느냐’고 성화를 부린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카메라보다

가슴의 셔터를 더 자주 누른다.

손가락으로 누른 장면보다

가슴으로 누른 장면이

더 오래가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셔터를 누르면 금방 지워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물론 촬영해서 오래오래 남기고 싶은

장면도 있을 것이다.

그것까지 말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촬영하고

할 일 다했다는 식의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

촬영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기억이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자기 나름의 방법이 있었으면 한다.

나는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매일매일 나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긴다.

하루의 일과 중 의미있는 만남이나 이벤트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가끔 뒤돌아보는 자료로 쓴다.

그 기억을 오래오래 남기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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