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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Sep 19. 2024

강아지가 자기 배를 보여주는 것


 강아지는 배가 가장 약하다.

그런데 당신에게 발라당 누워서

배를 보여주는 것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

신뢰한다는 것이다.

절대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기의 취약한 곳을

보여주는 것은 왠만한 신뢰 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언제 어떻게 상대에게 공격의

화살이 날아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개도 생존하면서 안 것이다.

자기를 케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취약한 배를 내 보여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 인간 관계에서는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특히 경쟁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 어디서 화살이 되어

본인의 심장을 노린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도

아군과 적군의 구별이 어려웠을 것이다.

사육신과 생육신에서도

인간관계의 살벌함을 배울 수 있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게임에서는

누구도 믿고 의지해서는 안된다.

믿었던 사람이 적이 되어

눈 앞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젊은 시절 직장에서 후배의 부정 행위를

임원에게 보고했는데

그 임원이 사실은 부패의 본좌였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어느 날부터 나를 피했다.

처음에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서

리뷰를 해보니까

그때 그 부정한 내용을 보고한 사실이

기억났다.

외부에 있는 선배에게 찾아가

상의를 했더니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달 바로 사직서를 내고

독립을 했다.

그리고 평생 그 선배 임원을 만나지 않고 있다.

가끔 전 회사의 애경사에서 마주치지만

인사만 하고 서로 자리는 다르게 앉는다.

나는 너무 일찍 나의 배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아군이 아닌 적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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