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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Sep 30. 2024

일요일 오후 3시 같은 나이


무엇을 하기엔 좀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이른 시간.

그것을 느낀 것은 61살이 된 첫날의 감정이었다.

소위 환갑이라는 나이에 이 감정을 느끼고 나니

그동안 웰빙만 생각했지만

이제 웰 다잉을 준비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해 첫날이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뭔가 올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설계할 텐데,

그 날은 좀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과연 이 나이에 무엇을 할 것인가?

회사는 계속 운영하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대로 내 삶은 지속될 수 있을까?

단 하루 상간인데

그날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엄습해왔다.

언젠가 생을 마감할텐데

그 시기는 언제이며

그 때 나는 어떻게 생을 마감해야 할까?

내 나이가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뒷방 마님으로

사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주변의 선배들을 보면서

내 삶에 귀감을 삼고자 했다.

이러저런 질문들을 하고

두 분의 친형님의 삶도 들여다봤다.

답은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돈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선배들은 쌩쌩했다.

그래 60을 넘긴 나이는

어쩌면 일요일 오후 3시 느낌 아닐까?

낮잠을 자기에도 애매하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 같았다.

지금은 건강 수명이 많이 늘어나서

다들 팔팔하지만

일이 없으면 금방 시들해진다.

그래서 나도 일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다.

단순히 늙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광고를 만드는 과정과 아웃풋이

너무 나에게 희열을 주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지겹지 않느냐고 묻지만

나는 이것이 행복하다.

나는 금요일 퇴근보다

일요일 밤이 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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