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 넘어서 느낀 것은
하루하루의 의미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아니 한시간 한시간이 소중했다.
젊은 날에는 100일, 1000일 등을 기념했지만
살아갈 날 보다 살 날이 적게 남은 날부터는 셈법을 바꿨다.
하루하루가 내 삶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이 생일이라고 명명하고
기념하듯 살아가기로 했다.
첫째는 즐겁게 일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매사를 기록하며 살아가는 것이며
세번째는 단어 공부다.
은퇴한 선배들을 보면 하루가 무뢰하다고 한다.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또 점심시간이고
3식이가 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쉬면서 즐기면서 살자는 취지로 은퇴했는데
실생활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나는 아직 은퇴할 생각이 없다.
최소한 아직도 10년은 더 일하려고 한다.
과거 함께 일한 동료들은 그 지겨운 일을
아직도 하고 있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나는 이 직업이 마음에 든다.
내가 가장 잘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매사를 기록하는 것은
첫째 내 기억력을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이고
두번째는 작은 일에도 기록을 하는 습관을 들이니까
삶이 매우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사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까
그냥 넘어가던 일이 새로운 삶의 파편이 되기 시작했다.
사람 만나는 약속이 있으면
장소와 시간을 메모하고
만난 후에는 마신 차와 장소의 느낌을 기록하고
식사나 술을 한잔하면
메뉴와 맛을 총평하며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록하면서 달라진 것은
가물가물한 기억력이 살아나는 것 같았고
하루하루가 마치 다양한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노인들은 어린 아이들보다
똑 같은 24시간을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같은 것을 하더라도 아이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반해
노인이 되면 하고자 하는 일만 해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강아지와 산책을 갈 때
아이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돌부리도 보고
꽃도 만져보고 심지어 길가 나뭇잎을 따서
냄새도 맡아보고
친구 아파트에 불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도 보고
그 이유를 생각하기도 한다.
편의점이 있으면 들어가 오늘 새롭게 들어온
과자는 없는지 본다.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심심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다.
롤러코스트를 탄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다르다고 한다.
오직 반려견과 산책만 생각하고 걷는다고 한다.
응아를 하면 닦아주고
낑낑거리며 냄새를 맡으면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단조로운가?
아이와 어른의 산책은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그러니 기억할만한 것이 없다.
아이들은 밖에 나갔다 온 것만 가지고 소설 한권을 쓸 정도지만
어른들은 반려견과 나간 사실만 존재하는 것이다.
반려견과 산책 나간 사실은 같으나
두사람이 겪고 느끼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어른들의 삶은 점점 더 단조로워지고
결국은 삼식이로 전락하는 것이다.
내가 요즘 회사에서 시간을 내어 하는 것 중 하나가
단어 공부다.
우리 말과 영어 3 단어씩 공부하고 있다.
특별히 정한 방법과 규칙은 없지만
생각나는 단어를 적고
사전을 찾아 어원부터 비슷한 말 반대말을 찾아보고 기록을 한다,
단어에서 파생된 속담이나 격언도 정리하다 보니
문장력이 좀 더 풍성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몰랐던 단어의 새로운 의미도 공부하다 보니
처음엔 지루하고 ‘이걸 왜 하나’ 싶었던 마음이 사라졌다.
대개 점심 먹고 좀 졸린 시간대를 찾아 하는데
나에겐 너무나 즐거운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찾아 하고 있지만
각자가 원하는 것들을 해보면 하루가 다양한 스토리로
꽉 차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