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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Oct 16. 2024

끝날 때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운동을 할 때도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도


시작보다 끝날 때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등산을 예를 들어 보면


산에 오르기 전에는


준비하고 또 정상을 바라보면


고생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상을 밟고 나면


정말 상쾌하다.


끝이 좋은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도


끝이 좋아야 그동안 만나왔던 시절이 다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고1때 만난 친구들을 지금도


두 달에 한번 만나고 있다.


긴 시간이지만


다툼도 없다.


친구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부가 함께 만난다.


특별히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다.


사소한 담소와 함께 저녁을 먹고


기분이 업되면 노래방을 가거나


아니면 차한잔을 마시고 헤어진다.


그냥 만남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부부가 함께 해외 여행을 간 경우도 있고


여자들끼리 간 여행도 있다.


혹여 누군가 아프기라도 하면


서로 안부를 묻고 쾌유를 빌어주고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전부 모여 축하도 하고


위로도 하는 모임이다.


주변에 우리 모임을 이야기하면


부러워하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 오랜 세월 모임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부럽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옛날 사람들이라서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처음 모임을 만들 때 모임의 이름을


한자로 窓(창)이라고 지었다.


창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그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창은 아니고 밖이고 더러우면 보이지 않는다.


그것처럼 친구 간에 가장 깨끗한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자는 뜻으로 정했다.


그 때는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할 줄 모르고


지은 호기스러운 이름이었는데


모임이 이름대로 가는 것 같아 기분 좋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나는 매주 일요일 아침


압구정 CGV에서 조조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어르신 3쌍이


다음 차 영화를 보기 위해


앉아서 차도 마시고 샌드위치로 식사하는 분도 계셨다.


처음 한두번은 그냥 지나쳤는데


매주 마주치니까 궁금했다.


나중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물어보니 고등학교 친구분들이


이제 은퇴하고 매주 함께 영화보면서


안부도 묻고 담소를 나눈다는 것이다.


세 분 얼굴을 보니 모두 온화하시고


따뜻해 보였다.


아마 우리 모임도 더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보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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