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난 인문학 Dec 17. 2024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대부분 추수가 끝나가고 있다.

한해 동안 고생한 농작물이

풍요로운 수확을 안겨주는 계절이다.

지금은 비닐하우스 속에서

농사를 대부분 짓기 때문에

예전처럼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농작 면적이 넓어야 하는 것은

자연에 따를 수밖에 없다.

농부들은 말한다.

곡식은 그냥 곡식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농부의 피 땀을 먹고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사람들은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당연한 말 같기도 하고 잔인한 말 같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곡식이 된다는 이야기인가?

부지런히 농부가 풀을 뽑고

물을 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곡식이 익어가는 것이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그렇게 속전속결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만큼 농부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

농업의 속성이다.

그래서 농부의 가장 큰 덕목 중에 하나가 부지럼이다.

부지런 하지 않고는

자연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위협이 다가오면 그것을 피해주고

거름을 주면서 알곡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르고 오르면 못 오를 산은 없다.

그만큼 희생과 열정을 쏟아야 되는 것이

농부의 삶이다.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우리가 도시에서 마트에서 사오는

쌀 한 톨 한 톨이 이런 지극정성의 산물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조상들은 밥 한 톨이라도 흘리면 주워 먹게 했다.

농부의 피와 땀을 기억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아무리 기계화되고 산업화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이

곡식이다.

요즘처럼 풍요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 같지만

세상의 이치는 시대가 변해도 

비슷하리라 믿는다.

한 번이라도 더 가고

한 번이라도 더 가서 풀을 뽑고

비료를 치면 곡식은 그만큼 알곡으로 커가는 것이다.

어디 곡식만 그러겠는가?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관심 기울이고

한번 더 고민할 때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들이 나오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