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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은 아내에게
갑질하고 있지 않습니까?

by 바람난 인문학

내 주면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식들이 결혼하지 않는 것이다.

뭐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데

결혼을 하지 않는다.

특별히 비혼주의라든가 신념이 있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선으로 보면 그냥 안 하는 것 같다.

캥거루 족으로 평생을 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잡고 1,2년이 되면 독립한다고 한다.

결혼은 하지 않고 능력이 되면 독립해서 사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여러가지로 설명하는

이론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최근에 읽은 마르셀라 이아쿱의 ‘커플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단서를 찾게 되었다.

그는 최근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고

또 결혼해도 이혼하는 건수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의 커플과 결혼제도가 고독을 확대 재생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커플이 되면

동등한 지위와 장점을 교환하고 공유했는데

현대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커플끼리 사랑관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

파트너 사이에 새로운 지배 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부부관계가 더욱 불안하고 불행해진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가히 파격적이지만

한번쯤 곰 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여자들은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이를 따뜻한 모성애로 키워야 하다는 전통적인 사고가

있는데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현대 결혼제도는 현대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노예상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혼제도라는 것이

여성을 불평등한 노예상태로 묶어놓는 남성 중심의

권위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것이

독박육아 문제다.

아이를 낳으면

그 순간부터 여자가 독박으로 육아를 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러니 가임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것이다.

기존의 결혼제도를 심도 있게 비판한 그는

해결 방법으로 성적 박애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혼이란 남녀를 하나로 결합시키지만

근 30여 년간 다른 가치관과 생활을 하다가

하나가 되는 결혼제도가 상호 노력없이

그냥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묘하게 갑을 관계나 상하관계가 형성되는

커플도 결국 어느 한쪽의 불행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또 상호간에 폭력에 대한 고소 고발 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혼인 제도가 일대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진단했다.

그는 그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과거 부모나 할아버지 세대들의 낭만적인 사랑이

현대에 와서 어떻게 고립돼 가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나폴레옹 시대에는 결혼 외의 섹스를

옳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고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분리시켰으나

시대 가치관이 변하면서 연애결혼이 일반화되고

마침내 1970년대 성혁명이라는 도도한 물결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런 흐름에 국가는 개인의 성생활을 보호하고 중재하는 것처럼 되는데

이는 결혼제도의 순기능과 동시에 역기능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커플과 결혼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 때문에

커플이 헤어질 수밖에 없다면

이제 커플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내용이 형이상학적이고

때론 어려운 학문적 고찰이 필요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의미는

결국 동등한 관계와 상호 이해하려는 진정한 마음이

결혼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2023년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결혼 건수는 19만 8천건이고 이혼 건수는 9만3천건으로 집계되었다.

결혼 지속 기간별 이혼율을 보면

0~4년 18.6%, 5~9년 차가 18.0%, 30년 이상이 16.8%로 나타나

초기 이혼율이 높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큰 차이는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초기 이혼율을 극복하는 방법이 사회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악순환은 지속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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