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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Aug 12. 2024

1952년 NY우드스탁에서 벌어진
해괴한 연주회





총3악장으로 구성된 악보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 있다.


‘TACET’


1952년 8월 29일 NY 우드스탁 야외 공연장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


누구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평했고


다른 평론가들은 희대의 사기극이라고까지 말했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발표되는 날,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가 피아노 앞에 걸어나와 앉았다.


청중들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어느 연주자처럼 약간 긴장된 모습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그는 악보 대로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고 일어난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쉬다가 일어난 것이다.


아무 건반도 치지 않고 그대로 4분 33초 동안


앉아만 있다가 일어난 것이다.


기존 연주회 개념으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일어나자


청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작곡가 존 케이지의 의도대로


청중들은 4분 33초 동안


바람소리와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리고 청중들이 들은 것은


다름 아닌 청중들 자신의 마음 소리였다.


그가 이런 실험적 작품을 작곡한 것은


하버드대학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방음 시설이 된 방에 들어갔지만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그의 귀에는 많은 소리들이 들렸다.


‘완벽한 무음은 없다’는 확신으로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침묵의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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