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편은 누구일까?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일까?
아니면 도박을 일삼거나
바람 피는 남편일까?
내 생각으로는 먼저 간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식장에서 맹세하지 않았는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해로’ 하라던
주례사를 듣지 않았는가?
주례 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을 거역한 죄도 크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를 험난한 세상에
혼자 남게 한 것이니
얼마나 크게 잘못한 것인가?
혼자 남은 아내는 험한 세상을 어떻게 혼자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아이라도 있으면 그 고생은 또 얼마나 크겠는가?
남겨진 재산이 있더라도
혼자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키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간 남편을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먼저 간 아내가 가장 나쁜 아내이고 악처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한 반에 60명이 넘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해가 안 간 것이다.
그 60여 명 중 아버지가 안 계신 친구들이 있었다.
이혼해서 안 계신 것이 아니라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없는 것이다.
당시에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마도 1학년 정도였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슬프고 당혹스런 일인지 몰랐다.
그 친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그렇게 밝았던 성격이 변하기 시작했다.
항상 친구들 중심에서 떠들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조용해졌고
잘 어울리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늘 관심을 기울려 주셨다.
도시락은 싸 왔는지
공부는 제대로 하는지
항상 조심스럽게 다가가 챙겨주셨다.
우리는 수업만 끝나면 밖으로 나가 장난치고
뛰고 놀았지만 그 친구는 그러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친구와 친한 사이가 되었다.
중학교도 같은 중학교로 갔고
그 친구는 가정이 어려워져
대학 진학 보다는
취업을 해야 한다고
상고로 진학을 했다.
내가 대학을 가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 친구는 은행에 들어가
돈을 일찍 벌기 시작했다.
당시에 만나면 그 친구가 우리 친구들에게
밥과 술을 전담으로 사줬다.
그리고 같은 은행에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지금도 집안의 애경사가 서로 챙기면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친구가
백발이 될 나이까지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응원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