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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초의 여성 마라토너

by 바람난 인문학

196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

261번을 달고 뛰던 마라토너에게 한 노인이 심한 방해를 했다.

마라토너는 남자가 아닌 여성이었고

그녀를 제지한 것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다행히 달리던 마라토너들의 도움으로

노인의 제지를 뚫고 달릴 수 있었다.

그녀는 대학생 신분으로 마라톤에 도전한

캐서린 스위처(Katherine Switzer)였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여성 마라토너로 기억되고 있다.

그 노인은 다름 아닌 조직위은 원장인 조크 셈플이었고

그녀의 코치 브릭스가 제지하는 조직위원장을 뜯어 말리자

다시 달릴 수 있었다.

등록할 때 이름도 속이고

야심차게 뛰었지만 6km 정도 뛰었을 때

주최측에서 감지한 것이다.

주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과 기자들마저 손뼉을 치며 응원했지만

조직위는 새파랗게 질린 상태였다.

조직위원장은 차로 달려서 그녀를 추격해서

“번호표 반납하고 당장 꺼져!”라고 외쳤지만

그녀가 응하지 않자 그녀의 옷을 움켜잡고 제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서 뛰던 남자 친구 밀러가

달려들어 조직위원장을 밀쳐냈고

그 바람에 그녀는 계속 달릴 수 있었다.

이 광경은 그녀를 취재하던 기자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고 영상으로도 남아

역사적인 자료가 되었다.

물론 그녀가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여성으로 처음 뛴거는 아니다.

그녀보다 1년 전에 로버타 깁(Roberta Gibb)은 완주했고

캐서린 스위처보다 기록도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캐서린 스위처를 최초로 언급하는 것은

로버타 깁은 선수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여성으로 등록하면 뛸 수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당시 대학생이었던 캐서린 스위처는

당당히 등록하고 선수로 달린 것이다.

2017년 50주년이 된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그녀는 당시의 번호인 261번을 달고 달렸다.

70세 노인이 되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완주해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당시에 여성을 마라톤에 뛰지 못하게 한 이유는

지금 들으면 실소를 금차 못할 정도다.

여성이 마라톤 같은 장거리를 뛰면

자궁이 떨어지고 가슴에 털이 자라는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웃지 못할 이유였다.

당시 그녀의 코치는 15차례나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베테랑이었다.

그런 코치가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시절이라

참가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코치에게 제안한 것은

그럼 함께 연습삼아 풀코스를 뛰어보자고 제안했고

실제 두사람은 42.195km를 뛰었다.

풀코스를 뛰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힘이 남아돌아

더 뛰자고 제안했고

그녀에 질세라 그도 뛰다가 50km 근처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이런 연습을 발판 삼아 뛸 수 있다는 확신을 한 그녀는

참가 신청을 했고 여성임을 속이기 위해

이름도 약간의 조작을 했을 정도다.

그녀가 완주하자 이 사건은 도하 각 신문이 대서특필했고

이 여성은 뜻하지 않게 일약 스타가 되었다.

감독관은 그녀의 달리기를 제지하기 위해

레이스에 뛰어들어 방해하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은 여전히 정치나 스포츠계에서도

남녀 차별이 심했다.

심지어 마라톤을 하면 여성들은 생식기를 다친다는

루머까지 퍼질 정도였다.

그녀의 용감한 도전으로 마라톤에 여성 참가가 허용되었다.

이를 계기로 스포츠계에서 여성 차별이 현저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역사는 이렇게 용기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개척되고 발전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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