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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Aug 20. 2024

오르막 길을 걸으며...


나는 일평생 가파른 길을 오르기만 한 것 같다

오르면 나중에 신나게 내려가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오르막 길만 있는 것이다.

폐달을 밟지 않고 신나게 내려가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길을 가본 적이 없다.

전부 오르막 길만 있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시지프스의 신화와 같은

삶을 살아오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형벌 같은 삶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지치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나이가 되면

일주일에 한 두 번 골프를 치고

맛집 탕방하고 산다는데 나는 성향상 맞지 않다.

한 번 밖에 없는 삶을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맹렬하게 글을 쓰는 것도

내 삶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기 위함이다.

누가 봐줘서도 아니고

무슨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연히 들러서 보든

아니면 검색해서 보든

그 사람들에게 잠시 휴식 같은 시간을 주고

거기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그런 장이 되길 바라고 있다.

한 두명의 후배들이 알리겠다고 하지만

나는 그냥 말리고 있다.

울림이 있는 글이 되면

강제로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은 모일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계속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거기서 발견된 새로움을

다시 재해석해서 나의 글을 쓰고

또 나의 알량한 글이 어느 누구에게 힘이 되고

영감이 된다면 얼마나 큰 영광이겠는가?

모임에서 알게 된 후배를

15년 뒤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그녀가 첫번째 인사는

“아직도 신춘문예 도전하세요?” 였다.

건강을 묻고 어떻게 지내느냐가 아니라

나의 글 도전기를 물었다.

너무나 고마웠다.

언젠가 나의 필명인 是衍(시연)을

매스컴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화답했다.

우연히 만난 그 후배의 인사가

집에 돌아와 침대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뇌리에 맴맴거렸다.

시인을 꿈꾸다 좌절하고

카피라이터가 되었지만

아직도 가슴 한가운데에는

시인에 대한 활화산이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다.

시칠리아에 가서 활화산인 에트나가

불을 뿜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무서워했지만

나는 내 가슴 속 응어리인 시인에 대한

꿈이 분출하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저렇게 세상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겠지 하면서…

나는 아직도 인생의 오르막 길을 걷고 있다.

사람들은 힘들지 않느냐고 묻지만

나는 즐겁게 인생의 산행을 하고 있다.

목적지가 어딘지 몰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향하고 있다.

정상에 오를 지 아니면 중턱에서

쉴 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나는 작은 걸음이지만

위를 향해 가고 있다.

때로는 옆길로 새서 즐거운 일도 하고

때로는 왔던 길을 다시 걷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과 함께 나는 앞으로 앞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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