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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Aug 20. 2024

‘파묘’의 성공은 시나리오의
탄탄함이었다


 주말에 ‘파묘’를 관람했다.

소재가 특이해서 호기심이 있었다.

사실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집안에 흉사가 거듭되면

조상의 묏자리가 잘못되었다고 해서

파묘하고 이장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이런 단순한 풍습을 가지고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글 쓰는 입장에서 부러웠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탄탄했다.

소재의 특이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기술이 출중했다.

영화 비수기인 현재 800만이 넘었다고 한다.

천만 관중이 넘을듯하다.

'파묘'는 5억을 받고

그동안 흉흉하게 돌던 소문의 묘를

옮기는 과정을 영화한 것이다.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묘한 일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우리나라에 흔하게 있는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한 작품이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공감하는 소재이면서

그것을 행하는 소위 전문가들의 암투 등

극적 재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산소에서 이장을 하거나 합장을 할 때

무당들이 와서 굿을 한 기억들이 생생하다.

인부들이 땅을 파고 관을 수습할 때

무당들은 북을 치면서 알 수 없는 주문으로

혼을 달래고 있었다.

영화와 어린시절 기억이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더 몰입하면서 관람한 것 같다.

지금이야 매장보다 화장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객사하거나 흉사로 죽은 사람 외에는

화장을 하지 않고 매장을 한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느낀 것이지만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산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광고 카피를 쓰고 디렉팅하고

소설을 쓰고 있지만

소재가 없어서 쓰지 못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주변에 산재해 있는 것이 소재이고

또한 인물도 주변 사람들을 조금만 극화시키면

모두 소설 속의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인을 꿈꾸고 신춘문예에 8번 도전해서 좌절했지만

나의 꿈은 멜로드라마 한 편을 쓰는 것이다.

글재주가 받쳐줄 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한 편을 쓰고 싶은 게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그래서 지금도 매일 메모를 하고

단 한 줄이라도 창작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 전문서적 2권을 출판하고

에세이 한권을 출판했지만

소설을 내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그 간절함이 곧 이뤄지길 매일 쓸 수밖에는 없다.

이것이 작가의 길이다.

고독한 길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오늘도 무소의 뿔처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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