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난 인문학 Aug 21. 2024

9시 뉴스에 보도된 어느 회장님과의 인연


급하게 먹다 보면 체하기 일쑤다.

식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 만사가 다 그렇다.

급하게 서두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정해진 일정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눈에 불을 켜서라도 해내야겠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서두름은

필시 안 좋은 결과를 수반한다.

20여년 전 내가 동부이촌동의

32평짜리 아파트를 살고 있을 때였다.

내가 도와드리고 있는 사업가 한 분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비좁지 않냐며

이사를 권했다.

그래서 그럴 형편도 되지 않고

곧 아이들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야 해서

옮길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은 내가 싫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중개사무소에 45평짜리 아파트 시세를 물어보고

얼마 정도 부족한데

대출받고 원금과 이자는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제안을 했다.

제안은 솔직히 솔깃했지만

거부하고 그냥 그대로 살겠다고 이야기했다.

평상시 그분의 돈 씀씀이가 무척 헤프고

또한 나랑 고급 공무원들에게는 엄청 잘 했지만

직원이나 협력사 직원들에게는

너무나 막대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점점 만나는 횟수와

돕는 일들을 줄여 가던 어느 날이었다.

그 분이 9시 뉴스에 나온 것이다.

권력형 비리 관련자로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그 분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루트와

일정을 지키는 법이 없었다.

소위 말해서 전부 ‘빽’이 동원되는 것이다.

일정 또한 모두 급하게 돌아갔다.

직원들 모두 헉헉 거리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분은 늘 태평하고

저녁이면 만나는 사람들의 레벨이 달랐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나에게는

한번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지체 높은 그 분들이 저녁 자리에 가면

모두 그 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자리가 파할 때면 의례히 묵직한

봉투가 전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면서 그 분의 말씀은

“사업은 이렇게 하는거야”

늘 이렇게 말했다..

세상엔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KFC창업자 샌더스는 65살에 105달러로 창업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