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네, 미세 먼지와 함께.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지난주 발목 부상으로 달리기를 못하면서,
일주일 내내 '달리기 하고 싶다'는 마음이 무척 간절했다.
등교하는 아이와 함께 나왔다.
오키나와에서 데려온 노바블라스트5와 함께 집 앞의 목감천을 달리기를 시작했다.
온도를 보고 제법 가볍게 입고 나왔는데도, 금세 더워졌다.
미세먼지로 목도 조금씩 칼칼해졌다.
그래도 중간중간 가지를 축 늘어뜨린 버드나무에 푸릇하게 돋아난 새싹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봄을 무척 좋아하지만, 비염 때문에 무척 힘이 든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1월에 오키나와 촬영에 갔을 때, 비염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었다.
1월, 오키나와는 봄이었는데 봄에 날아다니는 송진가루와 꽃가루 때문에
밤마다 코가 막혀 잠들지 못했었다.
그래도 그때 나하에 있는 그 커다란 강 주변을 뛰는 것이 참 좋았다.
오늘 문득,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낯선 도시에서 달리기를 하고 나면 조금이지만 그 도시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내 두 발로 갈 수 있는 거리를 가고,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표정을 본다.
그 도시만의 냄새를 맡고, 풍경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된다.
오늘도, 여느 때보다 조금 더 빨리 봄의 기운을 알아차리게 됐다.
바닥에 파릇하게 올라온 잡초들도, 겨울 동안 까맣게 변했던 나뭇가지가 조금씩 연해지는 것도,
노랗게 변한 하늘도, 슬슬 풍기기 시작한 하수구의 냄새들도.
'아, 이렇게 겨울이 떠나갔네. 그리고 봄이 왔네, 미세먼지와 함께.'
'목이 칼칼하니, 쑥차를 마시며 달리기 일기를 적자.'
또다시,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