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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시간

꽃들이 손을 뻗어오고

by So

2025년 3월 27일 목요일


오늘은 아이가 학교에서 유도 수업이 있는 날이라 서둘러 등교를 했다.

아이를 배웅하고 나도 달리기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며칠 전에 드문드문 피었던 새싹들이 제법 고개를 내밀었고, 버드나무도 제법 파랗게 변했다.


“안녕, 보고 싶었어, 버드나무!”


작년 버드나무 잎이 지는 것을 처음 목격했다.

바닥에 흐드러진 버드나무 잎을 보며, 겨울이 왔음을 알아챘다.

까맣게 변한 버드나무의 가지를 보며, ‘언제쯤 이 가지에 파랗게 잎이 돋아날까’ 기다렸다.

그 사이 버드나무 가지에는 눈이 쌓였고, 비도 내렸고, 얼음도 얼었다.

그 추운 겨울이 지나가기를 버드나무 가지를 바라보며, 무척이나 바랐다. (아마도 버드나무도 그렇지 않았을까.)


오늘은 주로에도 제법 작은 들꽃들이 피어있었다.

쑥도 있고, 할미꽃, 냉이꽃.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제 비만 오면 좋으련만. 봄비가 흠뻑 내려 산불이 꺼지면 좋으련만.‘

달리기를 하며, 종종 어떤 이를 떠올리거나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거나 어제 읽은 책을 생각하거나 작업 생각을 하는데.

오늘은 아주 간절히 기도했다.


이 길 위에 나를 향해 손을 뻗어주는 이 꽃들처럼

부디 누군가가 우리의 기도를 듣고,

손을 뻗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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