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라톤
10킬로 뛸 수 있을까.
그 생각으로 여름 내내 달리기를 했다.
날이 좀 덥긴 했지만, 달리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해가 너무 높이 뜨기 전에 아침 일찍 달리기를 했다.
저녁에는 날벌레에 시달려야 해서,
주로 아침 달리기를 선호했다.
6월, 종강을 하고는 더 열심히 달렸다.
달리기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해본 사람처럼
정말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10월에 있을 춘천 마라톤 10km를 잘 뛰고 싶기도 했다.
90분 안에 10km를 뛸 수 있어야 할 텐데...
매일 그 생각으로 달리기를 했다.
조금 달리기 싫은 날에도, ‘이래서는 안 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아... 논문을 이렇게 써야 하는데..)
(아... 작업을 이렇게 해야 하는데..)
이런 죄책감(?)도 있었지만,
일단 나는 달리기를 열심히 했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에는,
논문 생각도, 작업 생각도 내려놓게 됐다.
달리기가 끝나고는
논문과 작업에 대한 고민들은 심플해졌다.
‘일단 그냥 해.’ 하고...
그 덕분에 작업도 논문도 조금씩 시작하며, 진도가 나가게 됐다.
춘천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지지부진한 생활들에 조금씩 생기가 생기고,
마냥 늘어져있던 몸이 움직여졌다.
대망의 춘천 마라톤.
무지막지한 업힐에 몇 번 ‘그냥 걸을까’ 싶었지만,
뜨거운 여름날 홀로 뛰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는 했다.
10k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뛰었다는 그 성취는 굉장했다.
이렇게 달리기를 하듯, 무엇이든 하자.
그렇게 다짐했던, 어느 가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