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 모으기의 늪
어제, 아홉 번째 10km 달리기 배지를 받았다.
피트니스라는 어플에서 일정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배지를 주는데, 처음엔 심드렁했었다.
모아도 그만 못 모아도 어쩔 수 없고.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배지를 모으기 위해 밤까지 애플워치를 차고 있다거나 혹은 3-4km만 뛰러 나와서는 꾸역꾸역 5km를 채운다거나 한다.
아이에게 늘 ‘과정이 중요하다’ 말하면서도 뜨끔했던 것은 바로 이런 나의 모습 때문이겠지.
공교육 안에서 교육받으며, 나에게 늘 대안 교육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난 부모님의 트로피가 되기 위해 (지금처럼) 열심히 어른들이 내준 미션들을 수행하기 위해 애써왔다.
이 배지를 보면서, 어린 날의 어떤 기억들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렇게 결과에 목숨을 거는 꼴이라니 우습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절대 나 같은 어리석은 어른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우리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시스템 바깥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배지 모으기를 무수히 실패해야 하는 일이고, 얼떨결에 생각지도 못한 배지를 얻게 되는 일이기도 했다.
확실히 아이와 함께 하는 대안교육은... 배지 모으기가 아니라 배지를 모아가는 과정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나의 일상은 여전히.
배지 모으기의 늪.
이 괴리를 우린 언제쯤 좁히려나.
아무튼
오늘도 난 5km 달리기의 배지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