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여름, 기록>을 만들며, 상상했던 어느 여름의 하루이다.]
아는 언니의 소개로 춘천 소양로라는 곳으로 왔다.
반지하 보증금을 빼서, 두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집의 월세를 얻었다.
이곳은 집값이 저렴해 해가 잘 드는 집을 구할 수 있었다.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였다.
좁은 골목을 따라 오르다 보면 도착하는 집이었다.
첫째 아이가 말했다.
"우와, 우리 집 엄청 높은 곳에 있다. 엄청 좋아."
둘째 아이는 길을 올라오는 동안 연신 기침을 했다.
"여기 공기가 무척 좋아. 둘째도 금방 좋아질 거야."
집과 일자리를 소개해 준 언니가 둘째 아이의 머리칼을 넘기며 말했다.
"고마워요, 언니."
나의 말에 언니는 별소리를 다 한다며, 우리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대문을 열자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이 나왔다.
수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이었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그게 좀 불편하긴 해도, 서울에 있는 반지하보다야 낫지."
언니가 말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날에 물이 들어차 아이들과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서울에서는 다섯 번을 이사 다녔지만, 다섯 번 모두 반지하였다.
마지막 집에서는 둘째 아이의 천식이 더 심해졌다.
괜히 반지하 때문인 것 같았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도 더 이상 반지하 살이는 하고 싶지 않았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작은 마당을 총총 뛰어다녔다.
환하게 웃는 두 아이들의 모습에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이제 나는 여기서 돈을 벌고, 빚을 갚고, 작은 분식집을 열고 싶다.
춘천, 소양로, 장미촌.
부디 지금 이 순간이 나의 마지막 고비가 되길 바란다.
2002년 어느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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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21일 생활고와 처지를 비관하던 30대 성매매 업소 여성이 자살을 기도했다.
<출처: 강원일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