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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억

2025년 7월 10일

by So

영화는 기억이라는...

무수히 많은 영화 이론가들의 말들을 곱씹는다.

기억이라는 것이 뭘까.

애초에 ‘온전한 나의 기억’이라는 것이 있나.


<여름, 기록>의 첫 시작이 됐던 태국에서의 촬영.

그때 카메라를 들고,

이제 사라지고 없는 누군가의 기억들을 쫓으며..

문득 생각했다.


‘기억의 무덤을 걷는 기분이야.‘


사라진 것들을 기록한다는 것은 그런 기분이다.

사라지지 않은 누군가의 상처들을 헤집는 기분.

날카롭게 파고드는 누군가의 울분을 온몸에 뒤집어쓰는 기분.


어느 순간에는,

그들의 기억인지 나의 기억인지 모를

아주 서글프고, 슬픈 시간이 다가온다.

그럴 때엔 그냥 울고 싶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카메라를 챙겨 새벽길을 걸었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개미를 찍고

푸르스름한 새벽의 어둠을 가로지르는 개들을 찍고

하루를 준비하는 피곤한 얼굴들을 담았다.


그때마다,

사라 맥라한의 'Angel'을 들었다.

그리고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이 거리를 걸었을,

이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았을,

이 거리의 소음들을 온몸에 담았을,

어떤 여성들을 떠올렸다.


그녀들의 삶을 상상하는 일은,

아팠다.


마음이 멍들 것 같은,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가만히 기도한다.


긴 시간 너머의 그녀들이 평안하길.


영화는 그렇게 나와 당신을

시간이라는 커다란 바닷속으로 던진다.

우리의 멍든 삶은

비로소 영화라는 시간 속에서 만나

서로를 위로한다.


우리는 서로의 기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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