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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울었다.

2025년 7월 1일

by So

설거지를 하는데,

올여름 첫 매미 소리를 들었다.

‘아, 여름이 또 왔구나.’ 생각했다.


<여름, 기록>의 보충 촬영들이 남은 상태이지만,

새로운 작업인 <봄이 오지 않아도> 촬영으로

논문도 <여름, 기록>도 통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새 작업이 시작되어, 새로운 외장하드를 샀다.

또 한 번...

‘아... 너무 비싼 취미 생활(?)’이라 생각했다..

일이지만, 일로 돈을 못 버니 사실상 취미생활이다.


<봄이 오지 않아도>의 촬영으로

일주일 가까이 달리기를 못 했다.

비싼 취미 생활로 진짜 취미 생활이 뒷전이 됐다.


<여름, 기록>은

다큐멘터리를 안 만들던 다큐멘터리 감독인 나를,

다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 작품이다.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사업자등록을 낼 때 상호명도 ‘영화제작사 여름기록’으로 정했다.


조금씩 <여름, 기록>이라는 이야기가 나를 떠나간다.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게 된 나를 인정한다.

오래도록 붙들고 있던 나의 고민을,

오래도록 눈 감았던 나의 못난 부분을,

오래도록 겁을 내고 망설였던 평가들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그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 때문이었다.


첫 작업과는 너무 다른 이 마음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7년.

매미가 땅 속에서 나와 울음을 터뜨리는 시간.

나도 어떤 동굴 속에서,

울음을 터뜨릴 그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먹고 자란 시간들.


비가 쏟아진다.

매미가 운다.

개구리가 운다.

새가 운다.

나무가 운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꾸역꾸역 참았던,

그 설움들이 비와 함께 쏟아진다.


그렇게 한바탕 모든 것이 쏟아지면,

산다,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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