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06.27
<어느 날, 여름에게>는
<여름, 기록>을 만들며 기록해 둔 촬영 소스들을
조금 더 자유로운 내러티브로 편집한 영화다.
요 며칠, 후반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오늘이 돼서야 작업 메모를 적을 시간이 났다.
<여름, 기록>을 만들면서,
나에게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았다.
리커버리 런, 이 있다.
마라톤 대회처럼 강한 달리기,
강도 높은 훈련을 한 뒤에 회복을 위해 천천히 달리는 것을 리커버리 런, 이라 한다.
확 쉬워버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지만,
천천히 5-10km 달려주면, 다리의 피로도 내려가고
뭉친 근육들도 달래진다.
작업도 그런 것 같다.
신체적, 감정적 에너지를 최고치를 쓴 뒤에는
어떤 회복이 필요하다.
난 잘 쉬었던가.
잘 회복했던가.
여름을 쫓아다니며,
그 여름에 흠뻑 취하며,
어떤 여름의 목소리에 이끌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아주 길고 긴 어떤 늪에서
빠져나왔다.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깊고 두꺼운 늪에서...
이제야 뭍으로 조금 오른 기분.
땅이 밟힌다.
더 이상 발이 땅 속으로 꺼지지 않는다.
괜히 뒤돌아 늪에 두고 온
어떤 기억과 시간, 그림자들을
바라본다.
기다린다.
그들을.
가만히 부른다.
‘여기, 기다릴게.’
당신의 발로,
당신의 힘으로,
내가 있는 곳으로 오길.
아직은 보이지 않는 그들을 향해 외친다.
내가 그랬듯...
그들에게도 나의 목소리가 위로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