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

by 고작가

서귀포시 중문 관광단지 에는 국내외의 5성급 호텔들이 모두 모여있다.

중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한 이 호텔들은 내. 외부 모두 럭셔리 함의 끝을 보여준다.

불과 4~5년 전에도 가족들과 제주로 여행 와서 한 번씩은 묵었던 그 호텔들이 지금은 일터로 바뀌었다.

얼마 전부터 인력 사무소에서 호텔 리모델링 현장으로 인력을 보내주게 되면서 자연스레 나 또한 호텔 현장으로 가게 된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여름휴가철이 오기 전, 유명 호텔들은 수영장이나 부대시설 리모델링, 객실 증축 공사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제주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관광객들을 지나 여행객이 아닌 공사일을 하러 온 작업자들은 안전모에 안전화, 안전 고리, 각반과 장갑을 착용하고, 이른 아침 호텔로 들어선다.

중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환상 뷰의 건설현장이지만, 바다 뷰를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보목 마을의 지붕공사 현장에서 바라보는 바다 뷰 보다 훨씬 멋진 풍경이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드는 건 왜일까?

불과 몇 년 전 묵었던 호텔에서 현장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 때문일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관광객들이 부러워서 일까?

그렇게 쓴 기분을 삼키며 열심히 작업하다 보니, 바쁘게 움직이는 수많은 인력들의 열기로 현장은 금세 뜨거워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는 용접을 하고, 전기선을 깔고, 타일을 붙이고, 샷시를 시공하고, 석고보드를 나르고... 모두들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이 합쳐 저 내는 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들리는 듯하다.

화려해 보이는 호텔을 짓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땀 흘려 일한다는 걸 직접 현장에서 겪어보니, 큰 건축물을 시공하는 것이 참 대단한 일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먼지가 펄펄 날리는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작업자들 너머로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고, 여유롭게 라운딩을 즐기는 골프장 손님들의 모습이 투샷으로 겹쳐 보인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들의 관심 어린 눈길을 받으며 작업했던 같은 서귀포권역이지만, 관광지의 호텔 현장은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하지만, 기분만으로 현장을 고를 필요는 없다.

중문 바다 뷰를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소중한 현장에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작업자들은 내일도 열심히 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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