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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Oct 08. 2023

제주시 vs 서귀포시

육지에 살 때 '제주도' 하면 그냥 작은 섬이고, 여름에 한 번씩 휴가 가는 곳 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막상 제주에서 살다 보니 결코 작은 섬이 아니고

제주도 내에서도 한라산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주도의 면적은 1833㎢ 로 서울 605㎢의 3배 가량이고, 인구는 약 70만명으로 서울의 약 1/14 정도다. 

그 중에서 제주 인구의 70%는 제주시에 살고 나머지 30%만 서귀포시에 산다고 하니

서귀포 시민 한 사람이 누리는 면적이 얼마나 넓은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서귀포에 살면서 서울처럼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볼 수 없었다.      


제주시에 있는 제주공항에서 남쪽인 서귀포시까지 차로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기본적인 출퇴근 거리지만, 제주에서는 굉장히 먼 거리로 여겨진다. 

특히 한라산의 좌우를 둘러서 서귀포까지 내려오는 '평화로'나 '남조로'가 아닌 

한라산을 넘는 오는 '5.16도로'의 경우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날씨가 좋을 땐 드라이브 코스로 생각될 수 있지만 

안개가 많이 끼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잔뜩 긴장하고 운전을 해야만 한다.  

육지 사람들에게 한라산을 두고 날씨가 많이 다르다고 하면 '달라봤자 뭐가 크게 다르겠어.' 하겠지만

제주시에 폭우가 쏟아져도 서귀포시로 넘어오면 

거짓말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보이는 게 이 곳, 제주도 날씨다. 

 

날씨뿐 아니라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참 많이 다르다. 

방언도 그렇다. 이주민인 내가 듣기엔 똑같이 들리지만 제주시 방언과 서귀포시 방언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서귀포시에 사는 연세 지긋한 삼촌들 중에는 태어나 제주시를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분들도 계시다고 하니

옛날부터 한라산을 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나 보다.      


서귀포시에서 한가로이 운전하다 한번씩 제주시로 넘어가면, 서울에서 운전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버스전용차선도 신경 써야 하고, 신호등도 많고, 무엇보다 차량이 많아 적응이 쉽지 않다. 

그만큼 제주시에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시내나 대형마트에 가면 서귀포시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인파를 헤치며 걸어야만 한다. 


제주도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가을과 겨울은 서귀포시가, 봄과 여름은 제주시가 살기에 적합하다. 

특히 겨울에는 서귀포시에서 입던 옷을 입고 제주시에 가면 춥다고 느껴질 정도다. 

제주살이 7년차인 아는 동생이 줄곧 제주시에만 살다가 올해 초 서귀포로 이사를 왔다. 

서귀포에서 처음 맞은 올 여름, 높은 습도에 놀라 제습기부터 샀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같은 귤처럼 보이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 귤맛의 차이도 많이 난다. 

그래서 귤철이면 제주시에서 딴 귤이 서귀포 선과장으로 많이 넘어온다. 


공항이 가깝고 인프라가 갖춰진 제주시에서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겠지만

서귀포에 사는 이주민 대부분은 조금은 불편해도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더욱 사랑할 것이다. 

제2공항 이슈도 있고, 도내에서 두 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도 해야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서귀포의 자연이 변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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