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보고
빔 벤더스 감독, 야쿠쇼 코지 주연의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시부야의 공공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일상을 그려낸다.
야쿠쇼 코지의 일상은 그렇다 할 큰 사건이 벌어지거나 내일이 대단히 기대될 만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지 않아 더욱 반짝인다.
영화를 파자하듯 한 컷 한 컷 곱씹어보고자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니고, 요 근래 내 삶의 앞으로 궤적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느낌은 내가 미리 모든 것을 계획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가 아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이런 고민을 안고 인상 깊게 읽었던 두 작품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나름 내 안에서 정리해 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빔 벤더스 감독은 <퍼펙트 데이즈> 속 주인공의 히라야마를 두고 세상에 꼭 필요한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은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일까. 공공 화장실의 청소부라고 하니 청소를 얼마나 야무지게 하는 사람일까..? 사실 청소는 정말 야무지고 꼼꼼하게 하는 분이긴 하다. 하지만 뭐 숨고 리뷰 999+, 별점 5점 청소 정말 잘하세요의 기록을 가진 사람이거나, 혹은 생활에 달인에 나오는 사람은 아니다.
히라야마는 우리 우주의 가장 보통의 존재다. 반복적인 소박한 삶을 산다. 일어나 식물에 물을 주고, 출근을 위해 차를 타기 전엔 꼭 캔커피를 한 잔 마신다. 청소를 마치면, 공원에서 필름 카메라로 친구와 같은 나무의 사진을 찍는다. 그 후 사 온 빵과 우유를 마시고, 대중탕을 갔다가 단골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출근하지 않는 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빨래방에 갔다 그간 찍어둔 필름을 맡기고 주말에만 가는 단골집을 방문한다. 본인에게 필요한의 것들 중에서도 제일로 아끼는 것들만 둔 삶을 산다.
그의 삶엔 자신의 리듬이 있다. 반복적이고 소박한 삶의 동의어는 지루함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반복적인 리듬이 있어야 삶 속 즐거움의 정수인 경희(驚喜, 놀라움과 기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마냥 똑같은 매일을 사는 것 같아 보이는 그의 삶에 곳곳에 작은 경희, 서프라이즈들이 있다. 예를 들어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 즐기는 틱택토나 인화하기 전엔 어떻게 찍혔는지 알 수 없는 필름사진, 빛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코모레비. 실제로 이동진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야쿠쇼 코지는 이러한 감정을 긴장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우리의 삶의 목적인 족적이 아닌 그 삶의 곳곳에 있는 기쁜 긴장감, 경희를 충분히 즐기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자 한병철의 <선불교의 철학>을 살펴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깨달음은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할 자신의 '무아경', 즉 기이한 '망아' 상태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깨달음은 평범한 것으로 깨어나는 것입니다."(p.42) 선불교에서 지향하는 도달점은 아주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보통의 존재란 사실을 깨닫는 데에서 시작된다. 사실 모든 사람은 그중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 가장 보통이 아닌 삶을 이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의례 그렇듯 꿈이나 목표는 저보다 훨씬 높은 지점이나 아주 소수의 것들로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세운 목표나 꿈의 지점에 도달하는 사람보다 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세운 목표 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를 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는 법은 잘 알고, 그렇지 않더라도 주위 덕에 곧잘 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목표 세우는 법은 모른다.
이는 정규교육과정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법은 알려줬지만, 목표를 세우는 법은 알려주지 않은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수치적인 목표가 아닌 개념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특이하거나 수적 소수만이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어야 한다. 아주 보통의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프로다운 모습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모두 제 자리에서 프로가 될 수 있다. 프로다운 건 그 직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보통의 존재다. 보통의 삶을 사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굳이 따지면 성공에 가깝다. 본래의 목적에 부합한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