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작지만 소중한 행복

계속 자라는 우리 가족의 행복

by 낙하산부대

2006년 1월 7일, 아내를 처음 만났다.


친구 커플의 소개로 마련된 자리였다. 어색한 웃음과 가벼운 대화 속에서 나는 눈길이 자꾸만 한 사람에게 머물렀다.


작고 단정한 모습, 조심스럽지만 배려가 느껴지는 말투. 첫인상만으로도 마음이 움직였다. 흔히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쉽게 하진 않지만, 그날만큼은 그 표현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그 만남 이후로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가 흔쾌히 마음을 내어줄 때까지 서두르지도, 멈추지도 않았다. 때로는 조심스럽게, 또 커플 핸드폰을 선물하며 때로는 직설적으로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한 달쯤 흘렀을까. 어느 날,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연애 시절의 나는 그저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었다.


직장에 갓 적응한 사회 초년생이었고, 경제관념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월급을 받으면 대책 없이 쓰기 일쑤였고, 남는 것은 늘 통장의 빈칸뿐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두 살 터울의 그녀는 매사에 알뜰했고, 작은 지출도 꼼꼼히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신뢰를 보았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돈 때문에 다투지 않겠구나. 부족해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겠구나.’ 결혼을 결심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거기에 있었다.



2009년 4월, 우리는 결혼했다.


요란한 이벤트나 영화 같은 프로포즈는 없었다. 단지, 서로에게 이미 충분히 익숙했고, 함께 살아가리라는 믿음이 굳건했을 뿐이었다.


신혼집은 오래된 작은 아파트였다. 거실 겸 안방 하나, 작은 방 하나가 전부인 삼십 년 묵은 집. 모아둔 돈을 모두 쏟아부어 겨우 마련한 전셋집이었지만, 아내는 단 한마디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모아서 더 좋은 집으로 가자”고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우리는 생활비를 최대한 줄였다.


때로는 먹고 싶은 음식을 미뤘고, 꼭 필요한 물건조차 망설이다 포기했다. 하지만 그런 절약은 곧 소박한 기쁨으로 이어졌다. 매달 적금이 조금씩 불어나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우리는 함께 웃었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부족함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과정을 즐길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2012년 9월, 우리 가정에 가장 큰 선물이 찾아왔다.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분만실에서 작디작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벅참을 느꼈다. 의사가 건네준 가위를 쥐고 탯줄을 자를 때,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내가 아버지가 되었구나.’


그 사실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아들의 울음과 웃음 하나하나가 놀랍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단숨에 아들 바보가 되었다.


장모님은 큰 힘이 되어주셨다.


보수를 받지 않고 매일같이 출퇴근하며 손자를 돌봐주셨다. 명절과 생신에 드리는 용돈조차 사양하시며, “그 돈 모아서 집이나 키워라”라고 말씀하셨다. 그 희생과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나는 그 기대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2016년 6월, 마침내 우리는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사실 내 청약통장은 턱없이 부족해 아내의 이름으로 신청했는데, 믿기 어려울 만큼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발표일에 결과를 확인하던 순간, 아내와 나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입주 전 공사 현장을 지날 때마다 솟아오르는 아파트 벽을 바라보며 우리 가족의 미래를 그려 보았다. 마침내 잔금을 치르고 새집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맞이했다.


내 집이라는 사실은 단순히 공간의 변화가 아니었다. 삶의 무게가 가벼워졌고,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집 안 구석구석을 손질하며 웃는 아내의 얼굴에서, 집 안 가득 울려 퍼지는 아들의 웃음소리에서, 나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더 열심히 살았다. 불과 3년 만에 대출을 모두 갚았을 때, 그 성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뿌듯했다.



돌이켜보면 신혼 시절은 참 많이 부족했다.


가진 것도, 누릴 것도 적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불편했지만 행복했다. 부족했지만 웃을 수 있었다. 하나하나 채워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기쁨을 배웠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린다.


서로를 탓하기보다 더 큰 행복을 위해 함께 땀 흘렸던 기억. 서로를 위로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던 날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우리 가족을 만들었다.



결국 행복은 넉넉한 재산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자라났다. 우리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앞으로도 또 다른 부족함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함께 채워나간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그것이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앞으로도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