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짝패’가 던진 성공의 진짜 의미
2006년,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짝패는 충청도의 투박한 사투리와 함께 관객의 마음에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 작품이다.
다른 화려한 액션 영화와 달리, 짝패는 촌스러운 시골 골목과 퀘퀘한 술집 냄새가 배어 있는 듯한 배경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안에 담긴 인간 군상들은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진하게 다가온다.
영화 속 주인공 왕재(안길강), 필호(이범수), 태수(정두홍)는 어린 시절 같은 고향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었다. 어릴 적 그들의 웃음소리는 마을 뒷산 계곡을 가득 울렸고, 좁은 골목길을 달리던 발자국 소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곤 했다. 하지만 세월은 그들을 전혀 다른 길로 이끌었다.
태수는 서울로 올라가 형사가 되었고, 필호는 권력과 돈을 좇아 조직에 몸을 담았다.
왕재는 여전히 고향에 남아 소박하게 삶을 이어갔지만, 결국 필호의 손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친구를 무너뜨린 것은 세상이라는 커다란 벽이 아니라, 바로 욕망이었다.
왕재의 죽음을 의심한 태수는 후배 석환(류승완)과 함께 진실을 추적한다. 그리고 마침내 태수의 칼끝이 필호에게 닿았을 때, 필호는 충청도 특유의 느릿하고 묵직한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태수야! 살아보니께,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드라.”
이 대사는 허세였을까, 아니면 진심이었을까.
순간적으로는 필호의 속마음 같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을 위로하려는 자기합리화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필호는 끝내 오래가지 못했다. 권력과 돈을 움켜쥐려 발버둥쳤지만, 결국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손에 남은 것은 화려한 성공의 껍데기뿐이었다.
영화는 또 다른 의미의 쓸쓸함도 던진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고향은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었던 논밭과 골목은 사라지고, 철근과 콘크리트가 그 자리를 메운다. 필호가 목숨 걸고 쫓았던 성공은 결국 친구도, 고향도, 행복도 지켜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꾼다.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성공을 요구한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야 하며,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성공했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런 길을 가기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남들 쉴 때 공부하고, 남들 놀 때 일하며 이룬 성취는 분명 귀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을 이용하거나 짓밟으며 올라서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이들은 대체로 만족을 모르고, 더 큰 욕망에 사로잡힌다.
탐욕은 또 다른 탐욕을 낳고, 사람들은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겉으로는 번쩍이는 성공의 외피를 입었지만, 속은 공허하다.
내 삶을 돌아봐도 비슷한 순간들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나 역시 성과와 승진이라는 두 단어에 사로잡혀 지냈다. 인정받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내달렸고, 내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계단을 한 칸 오를 때마다 스스로 대단해졌다고 착각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공허함이 나를 덮쳤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원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성공은 결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돈이 많아야만, 권력이 있어야만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세운 목표를 위해 진심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이미 성공한 것이다.
어떤 이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단골 손님과 웃음을 나누는 순간을 성공이라 부른다. 또 어떤 이는 가족과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성공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건강을 지키는 것이 곧 성공이다.
필호가 끝내 붙잡지 못한 것은 바로 이 행복이었다.
그는 화려한 외형만 좇았고, 그 과정에서 친구도, 고향도, 그리고 스스로의 웃음도 잃었다. 그의 실패는 욕망 때문이 아니라, 행복을 잃어버린 데 있었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 하나일지 모른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만약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이미 성공의 문 앞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찾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 잔잔히 피어나는 만족감, 그 자체가 진짜 성공이다.
“성공이 행복의 열쇠가 아니다. 행복이 성공의 열쇠다.”
– Herman C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