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용서’라는 단어를 곱씹어본다.
어릴 때는 용서가 단순한 일인 줄 알았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괜찮아, 용서할게” 한마디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낀다.
아예 생각나지 않아야 용서인가.
아니면 화 또는 짜증, 우울감 등이 일절 느껴지지 않아야 용서인가.
그렇다면 아직도 난 살면서 용서란 걸 해본 적 없다.
누군가 내게 상처를 주었던 순간은 여전히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때의 감정도 여전히 선명하다.
억울함, 분노, 슬픔.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시큰거리는 걸 보면
나는 아직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용서란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 아닐까.
그 사람을 다시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그 기억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내 삶을 그 사건에만 가두지 않으려는 의지가 어쩌면 용서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누군가를 완전히 잊거나, 상처를 아예 지우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대신 그 기억을 품고도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는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용서의 방식이 아닐까.
용서는 완벽한 망각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아직도 서툴지만 오늘도 나는 용서를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