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내가 굿리스너, 즉 상대의 말을 경청해 주는 자세를 가진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난 재잘재잘 떠들기가 너무나도 귀찮을 뿐이다.
말을 하지 않아 자연스레 듣는 것인데 그러한 나의 대화 자세를 경청해 주는 역할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재잘재잘 잘 떠들어준 나의 연인들에게 감사하고 그동안 시간을 채워주느라 지쳤음에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반성과는 별개로 아직도 나는 말이란 걸 하는 게 너무나도 귀찮다.
그러나 어색한 침묵은 내 숨통을 조르는 것 같아, 졸도하기 전에 한마디라도 던져야만 한다.
우스꽝스럽더라도 뭐라도 던지는 수밖에 없었다.
가장 쉬운 수는 내가 천치가 되는 방법이고 상대가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아량을 베풀 것이다.
그러면 일반적인 청자는 웬만해선 필사적인 나의 몸부림을 억지로 품어주곤 한다.
당연히 그도 어색했겠지만 말이다.
오늘도 이런 하찮은 말을 받아주는 그의 관용에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물론 가끔은 그냥 졸도하기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내 몸부림이 뭔가 수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거나,
당신에게서 일말의 관용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냥 명예롭게 죽는 편이다.
날라리로 의심받기보단 차라리 죽음을.
웃기지 못한 광대가 되기보단 차라리 죽음을.
이제와 다시금 생각해 본다.
웃기지 못한 광대든 날라리든 뭐 어때.
어차피 지나가는 인생이니 말을 참지 말고 한번 던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