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위안이자 행복이었다.
나름 자제력이 있었던 보람이 있었네.
이 나이에 이 정도로 모았으면 내 소비습관을 봤을 때 15년은 이것저것 팔아먹으면서도 버틸 수 있겠어.
나름 행복한 망상 속에 퇴직을 했고 아직도 백수생활에는 적응 중이다.
변해버린 일상을 제대로 못 활용하는 내가 미운 현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의 범위였다.
작고 소중한 나의 자산들을 팔아먹으며 근근이 버티는 삶을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크나큰 변수가 생기더라.
드디어 모아 둔 자산을 조금씩 팔아먹을 시기가 되니까 도저히 못 팔겠다.
내가 이 걸 어떻게 산 건데 말이야.
어쨌건 '화폐 가치'라는 건 발행량에 따라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게 설마 물가상승률보다 덜 오르겠는가?
나름 이성적인 궤변의 흐름 속에 '매도'라는 단어는 입에 담기 조차 거북하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엔 공격적인 투자로, 거진 흑자도산 상태에서 입에 풀칠만 했다면
지금은 이러다 진짜 도산하겠다.
모르겠다. 진짜 도산이 닥치면 그때는 뭐라도 팔겠지.
그리고 그 절박함에서 나름 열정적인 삶이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해야 할 일들이나 하면서 이런 고민은 좀 더 미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