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철원에 갔다가 밤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꾸벅꾸벅 조는 친구의 옆에서 가만히 창밖을 본다.
보이는 건 칠흑 같은 어둠과 점점이 놓인 가로등. 그리고 달빛이다.
시골쥐는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겨우 1년 만에 잊어버렸다.
달과 달주위에 환하게 뿜어진 빛을 보면서
나는 홀린 듯이 이를 응시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달라지는 것이 많아져서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친구는 페스티벌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했다.
나는 재미있었지만, 이전처럼 감동. 감정이 나를 덮지는 않는다. 다만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아래 누워, 합법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평화를 바탕으로 하는 슬로건 밑에서 일면식이 없는 타인들과 하나가 되는 느낌. 나는 이제 이것들이 감정에 휩쓸리듯 좋은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행복했다.
다시 달빛 앞에서 또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고민이 나를 파도처럼 덮쳐대었다면, 나는 이제 비로소 안다. 나는 사실 무슨 일을 하든 책임감 있게 잘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나를 간간이 돌이키며 살아내고 있다.
타인과 비교하는 나쁜 습관은 좀 줄여야겠지만, 나는 또 달빛아래 생각한다.
음. 이러든 저러든 나는 나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잘 살 거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