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거리두기
나는 동그라미이다.
나는 가끔 세모가 밉다. 세모는 나의 오랜 친구이지만, 요즈음 괜스레 그 친구가 밉다. 소중한 친구가 밉다는 것 자체가 동그라미에게는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왜 소중한 친구가 밉지? 이런 내가 싫어. 왜 그 아이들이 싫을까? 자책을 하다가 동그라미는 깨달았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내 마음이 조금 힘들어서 그 아이들이 미울 때가 있을 뿐이다.
그 아이들과 동그라미인 나의 상황이 달라져서, 동그라미는 가끔 질투가 나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할퀴기도 한다.
세모는 동그라미를 위해 조언을 해 주었지만, 세모는 미처 동그라미가 처한 상황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동그라미에게 조언과 함께 동그라미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조금 독한 말을 했을 뿐이다. 세모는 아마 동그라미의 상황을 알았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동그라미는 상황이 괜찮았다면 세모의 채찍질을 무시하거나 적당히 당근으로 바꾸어 받았을 것이다. 세모는 나쁜 아이는 아니니까. 그저 이성적이고 냉철한 도형이라,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준 것이다.
그렇지만 동그라미는 그 말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동그라미는 생각했다. 세모가 미워졌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어린 시절 자신과 세모가 소중하게 지냈던 추억을 생각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동그라미는 큰 동그라미를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큰 동그라미는 말했다.
“지금은 세모를 안 봐도 괜찮아. 어린 시절에는 친구는 항상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어른이잖아. 지금 서로 만나서 상처를 받는다면, 잠시 떨어져도 괜찮아. 또 이렇게 지내다가 나이가 들면 다시 또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않더라도 나쁘지 않아. “
동그라미는 이해했다.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것도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언제나 원하는 대로 관계가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씁쓸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