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이 주제가 나왔다.
대기업에 취업을 해도 49세에 정년퇴직을 하면 남아있는 게 전혀 없으니, 회사에다 목숨을 걸지 말라. 다 부질없다. 뭐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를 함으로.
근데 있잖아. 아직 우리는 시작하는 단계인데 말이야. 벌써 이런 말을 들으면 너무 기운이 빠져. 꼭 어떻게 들리냐면, 열심히 하면 잘 될 거야가 아니라, 열심히 하면 호구가 되어. 그러니까 열심히 할 필요 전혀 없어. 열심히 하는 사람은 바보야. 이런 느낌이다.
최근 회사에서도 동기들과 함께 그런 이야기를 했다.
진급이 누락된 동기가 부질없다 뭐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참 기운이 빠졌다. 취준은 정말 어둡고 길었는데, 회사에 와서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다니. 대체 그럼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영리하게 잘 사는 걸까.
나는 그냥 내가 너무 무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을 듣다니.
기운이 쭉 빠졌다.
근데 솔직히, 내가 열심히 한 게 정말 다 헛수고일까?
아니, 회사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다 헛수고야?
내가 이곳에서 열심히 한 일은 내가 잘 알고 있는 걸.
재미있기에 열심히 하면 시간도 너무 잘 가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걸. 이게 꼭 결과로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내가 한 일들로 인해 나온 성과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하물며 이곳에서 진급을 하지 못하더라도, 극단적으로 말해서 다른 회사에 갈 때 내가 포트폴리오나 자소서로 쓸 수도 있잖아. 근데 왜 그렇게 자꾸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나 그냥 뭐 적당히 열심히 하고 살아. 그냥 근무시간에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어서 최선을 다해서 그냥 그 시간을 보내는 거야. 그리고 집에 오면 무조건 열심히 쉬고 자고 먹고 잘해. 뭐. 그렇게 살면 안 될까?
자꾸 왜 그렇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겁을 주는 거야?
아 물론, 너무 그렇게 과몰입하지 않고 내 살길, 미래를 찾는 건 중요하지. 근데 말이야 너무 시작도 하기 전에 이거 하면 호구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훈수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일들의 결과가 다 그렇게 암담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잖아. 내가 보기엔 이런 말들이 다 우리가 시작하는 걸 겁내하고 막는 것 같아.
우리 그냥 둥글게 둥글게 각자 맡은 일만 최선을 다하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