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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물가

유혹에 약한 나.

by 보너

물가가 정말 정말 미쳤다.

아직 사회초년생에 그저 그런 급여를 받아먹고사는 나는 참 힘들다. 그래도 작년에는 그렇게 아끼고 아껴 미국여행도 다녀오고 했는데 정말 무섭다는 말이 나오지가 않을 정도로 작년과 가계부 사정이 다르다. 작년에는 식사를 제공해 주지 않는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면, 지금은 구내식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무엇을 먹을 때마다 살이 떨리는지.


저번 주부터 긴급 긴축에 들어갔다. 주중에는 하루에 오천 원 이하로 쓰기로. 더 아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예산을 잡았다. 그 대신, 주말에는 생필품도 사고해야 하니 좀 더 쓰기로 하였는데 세상에 갑자기 친구와 약속을 잡았고, 나는 친구와 그저 차 한잔과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인당 8만 원을 쓰게 되었다. 세상에. 갑자기 너무 허탈했다. 주중에 그렇게 스트레스받아가며 돈을 안 쓰려고 노력했는데, 맛있는 저녁을 먹고 스트레스를 풀자는 유혹? 에 못 이겨 이렇게 돈을 마구 써버리다니! 너무 우울했다.


사회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장 다음 주에도 친구가 멀리서 놀러 오기로 하였는데 얼마나 쓸지 벌써 걱정이 된다. 내가 슬기롭게 소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친구가 놀러 오는 것에 대해서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고 두려워해야 하는가.


이 모든 것에 대하여 슬퍼지고 좀 짜증이 나는 그런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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