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나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인턴을 1년 동안 미국에서 하다가
한국에 왔고
인턴 하던 회사에 계속 있기로 했다고 했다.
친구는 말했다.
그렇게 엄청난 곳은 아니지만
경력 쌓는다고 생각하고 5년 정도 있을 거라고 했다.
너무너무 멋있었고
부러웠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오래 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것을 찾아 지구반대편까지 갈 수 있는 것
모두
나는 지금 표류하는 돛단배다.
어릴 때, 막연히 미술이 하고 싶었지만
그래서 부모님이 입시 미술을 시켜주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결국 전과를 해서라도
디자인을 했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남들은 어렵다고 했지만
재미있어서 하다 보면
칭찬받고
때로는 시기와 질투심도 받고
나는 내가 아주 잘 살 줄 알았다.
디자인이 미워졌다.
사회에 나오니 잘하는 사람들은 많고,
베끼면서 무척이나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은 더 많다.
순수하게 재미있기가 어려워졌다.
설상가상
나에게 희생을 바란다.
일주일에 칠일을 일하는 것은 기본이요.
매일 밤 11시까지 회사에 머물다 집에 가니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들어하니
디자인은 이게 다 내가 일을 사랑하지 못해서 그렇단다. 사랑하면 이 모든 게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웃겼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돈이나 제대로 주고 말하던가
5천짜리 공사를 나한테 담당 자니까 아무것도 묻지 말고 모르면 인터넷에 찾아보라 하고 내게 주어진 것은 170. 그것뿐.
친구들은 내게 내가 바보라고 말했다.
거기서 버티고 있는 내가 바보라고 말했다.
나를 태워버리기 전에
그곳을 나왔다.
불에서 뛰쳐나와
물속으로 도망쳤다.
흐르고 흐르다 보니
나는 표류하고 있다.
언젠가는 섬에 또 닿겠지 하며
가끔은 조급해져서 노를 젓기도 하고
가끔은 즐기자 싶어 기대어 수평선 너머를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