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기 - 디즈니 100주년 오케스트라

크리스마스이브날에

by 보너

연말이면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쁘다.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원래는 친구가 발레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갑자기 디즈니 오케스트라가 눈에 들어와 보러 간다고 했다. 혼자 간다길래 냅다 나도 같이 가지고 했다.


경희대는 처음 가봤는데, 언덕을 굽이 굽이 올라갔다. 공연장 앞에 도착하자 약 30여분이 남은 시각이었고, 티켓을 발급받는 데에는 3분이 채 안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연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들어가려고 하는데 스태프분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게 생각난다. 공연시작 20분 전입니다!!! 입장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시작하고는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재촉하는 듯한 말투와 행동에 나 또한 마음이 급해져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미끄러질 뻔했다. 아찔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들 또한, 공연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제시간에 잘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리라. 그런데, 안전사고도 나지 않고, 손님들도 기분이 좋고 공연자들도 공연을 원활히 잘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생각한다.


친구는 2층, 나는 3층에 자리했는데, 나는 조금 늦게 티켓팅을 해서 2층 오른쪽구역과 3층 중앙구역이 남아 있었었다. 사실 2층이나 3층이나 별 차이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중앙 하느님석을 택했다. 결론적으로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공연의 퀄리티가 이 정도일 줄 알았다면 나는 vip석을 예매했을 것이다. 사실 공연장의 좌석 간 사이가 매우 좁아서 불편했다.


그런데 그걸 잊을 만큼, 이 공연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공연 초반에 지휘자님께서 해주신 말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이 공연은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넘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그들의 딸, 아들, 손자, 손녀들이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는 작품들의 총집합체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 뉘앙스였다. 그리고 우습게도 잠시 미국은 3대가 걸쳐 사랑했을지 몰라도, 우리의 부모님, 조부모님께서는 아마 먹고사느라 바쁘셔서 잘 몰랐을 것이다. 미국기준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경이로울 정도로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내가 어린 시절 보던 것들이 지금 나에게 감동을 준다는 게 특히 뭉클했다.


공연은 주제마다, 테마에 맞는 여러 디즈니 작품들을 엮어서, 영상과 함께 라이브로 오케스트라를 즐길 수 있었는데, 나는 음악이나 악기는 잘 모르지만, 아주 숙련되고 우아한 사람들의 손동작, 악기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고, 영상과 함께 보니 내가 저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정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또 디즈니 클래식 작품부터 현대의 작품까지 모두 아우르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최근작품들은 잘 모르겠더라... 하하 딱 모아나까지.. 랄까?) 그리고 본사에서 직접 디렉팅 하고 만든 영상에서는 월트디즈니가 마치 살아서 100주년을 축하해 주는 것처럼 월트디즈니가 몇몇 작품을 설명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 또한 이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긴 시간들이 체감이 되어 재미있었다.


특히 내가 생각하기에 나와 같이 20대나 30대의 사람들이 어린아이들보다 이 공연을 좋아했던 것 같다. 아이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리가 너희보다 디즈니를 사랑한 시간이 더 기니, 그 열정 또한 작지는 않은 것 같다. 실제로 내 옆자리에는 두 아이의 어머니가 앉아계셨는데, 중간에 펑펑 우셔서 그 옆에 있던 아이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엄마 왜 울어? 했다. 나는 그 상황 또한 조금 뭉클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끝으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오랜만에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어준 공연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또 쓰게 되었다.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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