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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패모 Apr 09. 2023

하얀패모 이야기 34-오비이락

오비이락

<오비이락>

‘오비이락’.

내가 나의 외교권 사수를 위해 녀석과 날마다 언쟁을 하자 녀석이 들먹인 속담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속담이 뭔 줄 알아?”

“뭔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근데?”

“한 마디로 오해받고 억울해하지 말고 오해받을 짓을 안 하면 되잖아?”

“그래서?”

“난 너 절대로 오해하게 안 할 자신 있다.”

“그러셔? 넌 그럴 필요가 없어. 난 넌 절대 오해하지 않을 거거든? 도대체 뭘 오해할 수 있냐고, 내가.”

“내가 너보다 다른 여자애들과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그건 오해가 아니고 내 바람이거든? 내가 네 친구들이랑 친하듯 너도 내 친구들이랑 그랬으면 좋겠다고 정말. 그게 친구 아니냐? 왜 꼭 한 사람하고만 친하려고 하냐? 것도 하필 나랑?”

“네가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다른 여자애들과 말 섞으면 그렇게 좋지는 않을 걸?”

“어디 한 번 해봐라. 그러나 안 그러나 좀 보게.”

“싫어. 그 딴 쓸데없는 짓 하면 넌 또 괜찮다고 할 거고 네가 빠져나갈 빌미 만들어 주는 꼴 밖에는 안될 테니까.” 

“야 부부도 그렇게는 안 하겠다. 넌 친구 주제에 무슨 그렇게까지 하냐?”

계속 징징대는 나에게 녀석이 고집스러운 얼굴을 펴고 타이르듯 말했다. 

“네가 아직 몰라서 그렇지 사람들 마음은 다 같은 거야. 자기만 가지고 싶어 하는 게 있고 사람에 대해서는 그 욕심이 더 해져. 넌 아직 모르니까 내가 강요는 안 하겠다만 너도 되도록 내 흉내를 내주면 무지 고마울 것 같아.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게 두 사람에게 얼마나 당연한 건지. 아무튼 내 결벽증엔 신경 쓰지 마. 너 걱정 안 시키고 싶어서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나는 녀석의 말이 모두 다 이해도 안 가고 짜증스럽기만 해서 또 버럭 소릴 질렀다. 

“이 멍청아! 내가 엄청 불편하거든? 애들 사이에서 튀고 싶지 않단 말이야.”

녀석이 한심한 듯 내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야, 친구가 많아야 하냐? 네가 지금 죽고 못 사는 네 여자 친구들? 네가 기특하게 여기는 모임 녀석들? 어차피 지들 다 나이 들어 시집 장가가면 니들 서로 다 필요 없어지고 딱 한 사람만 소중해지는데 넌 그걸 왜 모르냐........”

오.비.이.락.

녀석이 나에게 절대로 시키지 않고 싶었던 신뢰감을 망가뜨리는 오해. 녀석은 그 말을 정말 지켰다. 녀석을 생각하면 왜 세상에는 그처럼 수많은 쓸데없는 우연과 핑계가 존재하는지, 상대에게 얼마나 부주의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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