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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네 일상 11화

- 팬심 노마드 vs 정주민

by 마르와 앨리

웬만하면 취향이 비슷한 앨리와 마르에게 두드러지게 다른 취향이 있다면, 그건 팬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9n년생들이 그러하듯, 소녀 앨리와 마르의 사랑은 동방신기에서 시작되었다. 어떤 경로로 그들을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눈을 떠보니 주변의 모든 반 친구들과 함께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있었다. 앨리와 마르도 그들의 앨범을 사 듣고, 음악방송을 보며 즐겼다. 그러던 중 앨리는 마르(나)에게 또 다른 센세이션, 빅뱅을 주입시켰다. 나는 앨리의 변심에 마치 스스로 동방신기인 것처럼 충격을 받았고, 그 새로운 맛을 거부했다. 그렇지만 사춘기를 맞이하는 나에게 그들 음악의 신선함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앨리는 나를 빅뱅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잘 마쳤다고 생각했는지, 또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났다. 그는 진정한 노마드였다.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마음에 드는 가수의 팬이 되었다가, 또 쿨하게 새로운 가수를 품기도 했다.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앨리가 계속해서 응원할 누군가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방황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앨리에게는 어떤 이를 좋아하는지보다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가 더 중요했다. 한 사람을 딱 정해서 '이 지구와 우주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겠어.' 하는 마음을 갖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열정에 가득 차서 열심을 다하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전염되는 에너지,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자신의 긍정적인 감정 자체가 좋은 것이다. 때문에 한 가수를 좋아하다가, 또 다른 좋은 에너지를 줄 다른 멋진 가수를 담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앨리는 팬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고무적인 효과를 지금까지도 매우 잘 누리고 있다.


마르는 다른 편이다. 휴덕 기간을 제외하고, 한 가수를 10년 넘게 좋아하고 있다. 앨리를 보내준 그 땅에서 혼자만의 팬심의 집을 굳게 지었다. 사실, 사춘기 시절부터 대학생 때까지 충분히 마음을 다해 좋아했다고 생각하고 서서히 놓아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의 컴백과 함께 나의 팬 활동도 컴백하고 말았다. 이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나의 팬심의 근원이 스스로 신기했고 어떤 마음인지 규정해보고 싶었다. 먼저, 나는 인생에서 일의 가치와 커리어를 높은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에 대한 인정 욕구가 높은 편이다. 이런 가치관 고백이 조금 뜬금없지만, 내 팬심은 이러한 개인적 지향을 투영하고 있다.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그 가수는 자기 분야에서, 그러니까 무대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가장 잘 펼쳐내는 사람 중 하나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알며 결과적으로 잘 해낸다. 그 결과물을 볼 때, 나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나도 내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힘을 얻는다. 그 사람을 길게도 좋아한 것은, 그만큼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다른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나에게는 그의 스탯과 프로페셔널함이 팬심의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


어떻게 그리고 무슨 이유로 팬 활동을 하든, 팬심 자체는 삶의 윤활유가 되어준다. 몇 명을 좋아하든, 얼마나 오래된 마음이든 숫자가 중요할까. 앨리는 요즘 나를 'XX 엄마'라고 부르며 놀린다. 그렇다면 앨리는 다둥이 조카를 가진 이모에 가까울 것이다. 엄마든 이모이든, 그 마음이 각자에게 소중하면 된다. 그 소중한 마음이 나와 주변에 고무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본질은 같다. 마음에 순위나 등급을 매기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반짝반짝한 마음을 잘 지켜내는 것도 팬의 중요한 의무라 생각한다.

결론은, 사랑이 더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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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마르, 그림 :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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