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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네 일상 15화

- 여행을 떠나요, 상비약 한 바가지와♬

by 마르와 앨리

최근 몇 년간 마르와 앨리는 몇 번의 여행을 함께 떠났다. 그렇게 하자고 정해두었다기보다는, 마르가 바람을 불어넣으면 앨리가 따라서 감응한다. 이렇게 서로 휩쓸고 휩쓸리다 보니, 어느덧 매년 한 번씩은 짧은 여행을 동행해 왔더라. 이번 해에도 갑작스럽게 나고야에 다녀올 결심을 했다. (예이-)


이런 계획을 이야기했더니 마르(나)의 오래된 친구가 물었다, "매일 얼굴 보고 살면서 여행도 같이 가?" 같이 살다 보니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특별한 의도 없이 생각을 공유한다. 재정적인 쪼들림 외에는 여행을 떠나는 결정에 큰 심리적 장벽이 없으니, 그 생각의 공유가 항공편 예약으로 이어지는 것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물론 여행 스타일이 다르면 꽤 피곤할 수 있겠지만..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나는 앨리와 나의 여행 스타일이 비슷한지 돌이켜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앨리는 나의 여행 키링이구나.!


마르는 항공편을 예약한다. 이어서 마르가 숙박을 예약한다. 또 마르는 가고 싶은 곳들을 검색해서, 구글 맵에 별 표시를 남긴다. 출발 전까지 내킬 때마다 구글맵에서 여행지 근방의 음식점 중 별 4.2 이상인 곳들의 한국인 리뷰를 찾아본다. 구미가 당기는 곳이 있다면 역시 별 표시를 남겨둔다. 그리고 중간중간 여행 생각에 설레면, 이런 내용들을 앨리에게 공유한다. 그럼 앨리는 확인한다. ㅇㅅㅇ


앨리는 꼭 하고 싶은 것이나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의견을 개진하지만, 그건 전체 일정 중 1-2개 정도. 대부분의 경우 준비에서도 실제 여행도 마르를 잘 따라온다. 앨리는 본인이 알아보면 좋을 것이 있는지 묻는데, 사실 마르는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를 가졌다. 본인 손으로 예약 버튼을 눌러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앨리는 굳이 선택지를 더하지 않고 내버려둔다고 한다. 본인은 여행지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로 여행을 통한 만족감이 충족된다는 것. 다행히 마르도 완전한 J 여행러가 되지는 못해서, 구글맵에 별만 잔뜩 뿌려놓을 뿐이다. 마르의 여행은 뿌려둔 별들을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잇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옆에 앨리를 달고서. 다행히 모든 별을 이어야 하는 한붓그리기 미션은 아니라서, 여행 만족 게이지가 차면 마르도 멈춘다.


나이가 차면서 점점 혼자 하는 여행은 심심하고, 서로 스타일을 맞춰가며 하는 여행에 들이는 품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앨리와 마르는 이렇듯 1.5인 여행을 선택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잘 맞춰진 여행 스타일임에도, 둘 다 포기하지 못하는 공통점도 있다. 바로 '상비약'이다. 모든 여행자가 상비약을 챙길 것이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기본적인 상비약일까?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의 기본 상비약 목록은 이렇다; 해열진통제(기본, 레이디용 별도), 지사제, 소화제, 진경제, 생약소염제(다래끼 대비), 코감기약, 목감기약, 근육통약, 파스(기본, 다리 붓기 해소용). 여정이 길 경우, 상비약만 캐리어 용량의 1/4을 차지할 때도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한 것 같아, 약을 하나하나 꺼내보며 정말 필요한지 함께 따져본다. 그렇게 하나하나 파우치로 도로 들어간다. '음, 역시 위경련은 오면 안 되니까, 진경제는 필요하지.!' 여행은 어떻게든 아프지 말고 즐거워야 하니까. 아프지만 않으면, 어떻더라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올해 별 사냥은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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