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루기로 고백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백합니다. 사실 14회 차 발행을 미루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스트리머 침착맨의 지각 설명회를 좋아합니다. 지각 설명회에서 영감을 받아, 이 글의 발행을 미루고자 했던 사람들의 '미루기'에 대한 대화를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마르) 우리 지난주 업로드 일정이 밀려서 이번 주에 포스트 3개나 올려야 해..
(앨리) ...
(마르) ...하나 미룰까?
(앨리) ...
(마르) ...
(앨리) 안 돼. 해야지. 주 2회 올리기로 약속했잖아.
(마르) ...그럼 뭐. 일요일, 화요일.. 그 담에 금요일? 이렇게 해?
(앨리) 일, 화.. 흠 야, 미루자.
그렇게 순조롭게 미루기를 밀어붙이려는데, 그 상황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먼저 일정 연기를 생각한 건 마르(나)였는데, 막상 구체적으로 마감 일정을 가늠해 보더니 앨리가 더 부담을 느낀 것이다. '아 이거 쓰고 싶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켰다.
마르는 P이고, 앨리는 J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미루기와 벼락치기를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일반화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어느 정도 성향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마르는 일정을 미루는 데에 죄책감이 없다. 오늘 하려고 했다가 '내일 할까?' '에이, 모레는 해야지'로 스리슬쩍 내일의 나에게 할 일을 넘기곤 한다. 마치 내일의 나는 내가 아닌 것처럼. 그러다 최최최종 마감 기한이 오면, 이전까지 채워두었던 게으름 게이지를 벼락치기 운동에너지로 전환하여 미친 생산성을 만들어낸다. 마감 하루 전 방출되는 스스로의 창의력과 전투력에 도파민을 느끼며, 일분일초를 아껴 일에 몰두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에 부채질을 하며 더 타오른다. 그 상황에서는 다 좋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도파민'과 행복한 결말이 가당키나 한가. 벼락치기 습관화의 병폐는, 그 도파민에 취할수록 벼락치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꾸준한 사람이 되는 것은 P 마르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꾸준함은 J 앨리 같은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다. 앨리는 애초에 정해둔 일정을 어기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멀리 있는 일정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계산해 둔 분량의 일을 꼬박꼬박 해낸다. 마치 다람쥐가 겨울철을 대비해 도토리를 쟁여 놓듯이, 야무진 모양새로 차곡차곡 일을 쌓아 올린다. 발등에 튀는 불씨 하나 허락하지 않는다. 벼락치기에 몰두하는 무아지경 상태를 '생산성'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파이다. 때문에 앨리에게는 먼저 가능성을 잘 따져보고 일정을 타당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세워둔 일정이 이런저런 이유로 크게 흐트러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놔준다. 완성도가 크게 떨어질 미래가 뻔한 경우에는 어설픈 시도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오늘은 결론이 없다. 열정을 불태우는 시점이 다른 앨리와 마르가 중간 지점에서 잘 만나, <마르네 일상> 콘텐츠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후기를 공유해보고 싶었다. 이번 회차는 날로 잘 먹었습니다,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