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택배 관세 환불 대장정

영국 생존기 5탄


2달만에 가장 먼저 부쳤던 택배 하나가 도착했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관세 지불을 완료해야 물건을 받아 볼 수 있을 거란다.


그 세금은 무려 98파운드!!!

두달 전 기억을 뒤돌려 보면


남편이 집앞 우체국에서 가장 큰 선편박스를 구매하여

터질듯한 11박스의 택배를 하나씩 들고 내려가 영국으로 부쳤었다.


택배 한 상자 98파운드의 관세를 듣고 어처구니 없는 마음에 그 때 정황을 다시 물어보니

비싼 물건들이니 최대한 조심스레 신경써서 운반해 달라는 의미로

모든 택배에 점퍼라고 쓰고 500달러 고액을 일괄적으로 적어두었다고 한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관세를 지불하지 않으면 일정 시간 경과 후 가차없이 택배박스를 폐기할 듯하여

어쨌거나 관세를 지급하고 수령날짜를 지정 후 택배를 받았다.


다음날 도착한 택배를 열어보니 말문이 막혔다.

내가 보낸 물건들은 빨간색 목장갑 여러 묶음과 나의 위생 패드 무더기......


관세 98파운드 + 우체국 선박 택배비 5만원 = 무려 20만원 짜리 택배 도착!



혹시나 행복한 영국맘 까페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이 물건을 언제 샀는지 기록을 찾아 중고품을 입증한 후 환불을 받아냈다는 글을 봤지만

우리 택배 안에는 새로 사온 생활용품들이 많았기에 불가능해보였다.


고된 검색 끝에

택배로 보낸 물건들이 상업/판매목적이 아니라 개인 소장용이라는 걸 증명해보이면

관세없이 택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찾아냈다. (Transfer of residence relief)



1. 개인 소장용 물품 증명 확인서 발급 받기

개인 소장용 물품 증명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이곳에서 ToR1 신청서를 작성한다.

https://www.gov.uk/guidance/application-for-transfer-of-residence-relief-tor1

start now를 누르고 필요한 서류들을 PDF, JEG 파일로 변환하여 등록한다.

-한국 이전 주소 증명서(부동산 계약때문에 스캔해둔 주민등록등본)

-영국 현재 주소 증명서(부동산 계약서)

-여권사진

-물품 엑셀파일 (아래와 같이 작성함)


image.png 물품 엑셀 파일 초간단 버전 ToR1 신청서용


발급 기간은 최소 한달이상 걸릴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영국스럽지 않게

신청 후 3일만에 승인 메일이 날라왔다.


받은 개인 소장용 물품 증명 확인서 PDF를 안전한 곳에 잘 저장해둔다.

승인 메일을 받고 난지 정확히 한달이 지난 후 나머지 10개 택배 박스에도 98파운드씩 일괄 청구되었다.

다이소에서 산 개인 물품들에 무슨 관세를 200만원씩이나!!!!



다행히도 영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개인 소장용 택배들을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았으니

이제 내가 부당하게 지불한 관세를 영국 정부로부터 돌려 받을 수 있다.

(내가 쓴 에너지와 시간, 정신적 스트레스도 몽땅 손해 배상 청구하고 싶지만;;;)



2. 환불 요청서 보내기

관세 환불 요청서 BOR286 form(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33c0416d3bf7f187d0ddcb2/BOR286-English-09-22.pdf)에 작성해야 한다. 단, 한국에서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여 영국 parcelforce 택배회사로 연계된 경우에 한해서다.



문구 번역은 챗비서에게 부탁했고 간결하면서 분명한 요청 의사가 담겨 있어 만족스러웠다.

"ToR Relief was not applied at the mie of import. Requesting refund of import duty and VAT.

These goods are my persnoal belongings and comply with ToR conditions."


택배 박스에 붙어 있는 운송장 + 택배 박스에 붙어 있는 관세 딱지 + 관세 지불 영수증 + BOR286 form

11 세트를 들고 집앞에 있는 만물상 가게로 향했다.


여기는 급하게 필요한 우표, 건전지, 학용품도 팔고 세탁 서비스도 맡겨주며 택배도 부쳐주는 곳이라 우리 가족들은 이곳을 우리동네 만물상이라 부른다.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관세 폭탄 스토리에 대해 털어놓았더니 세금 걷는데 환장한 나라가 바로 영국이라며 격하게 공감해주시는 고마운 만물상 사장님이시다.

"This is the UK!"

그리고 royal mail이나 parcelforce 는 두통 유발 택배 회사라며 가능하면 앞으로 엮이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명심 또 명심!


IMG_4761 2.HEIC



추적 가능한 등기, 빠른 등기는 발송 가격도 어마무시했다.

나는 더이상 이 일에 단 1파운드도 쓰고 싶지 않아

추적 불가+느린 등기(하나당 2.5파운드씩)로 선택하여

11개의 등기 발송을 완료했다.


받는 곳 주소: Border Force, Coventry International Hub, Siskin Parkway West, COVENTRY, CV3 4HX.



3. 환불 여부 확인

도착한지 일주일이 넘어도 연락이 없어

HMRC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즉시 반송되었다. 아마도 이메일 주소를 최근 삭제한 듯하다.


용기를 내어 HMRC에 전화를 해보았다. (03003229434)

등기를 보낸 날짜를 물어보더니 5주정도 소요되므로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그리고 정확히 5주가 지난 날 HMRC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IMG_5791 2.HEIC 환불 승인서 도착



살림을 어느 정도 다 구비한 후 2-3달이 다 지나서 받게 되는 선박 택배지만

절반도 안되는 저렴한 비용 때문에 고민없이 선박으로 선택했었다.


2025년 7월 출발 당시 우체국 택배 기준, 가장 큰 박스로 선박택배는 4-5만원대지만 항공 택배는 20만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영국 parcelforce 택배회사로 연계되는 우체국 택배 이용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더라도 반드시 used , personal belonging라고 명시하고 추정 금액은 최소로 작성해야 한다.


얼마 전 일본 가족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택배 박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알게 되었는데 DHL를 이용하여 항공택배를 보냈는데 관세는 전혀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국가별로, 택배 회사별로 관세 부과 여부가 상이한 듯 하다.


그리고 며칠 전 통장에 HMRC 이름으로 환불금액이 모두 입금되었다.

그마저도 수수로 12파운드 떼고 돌려주신다.

9월부터 시작된 고난의 시간은 거의 3달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그 동안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전등이 켜진 영국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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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691.jpeg 이곳이 별나라인가 옥스포드 겨울 풍경
IMG_6211.jpeg 비현실적인 옥스포드 크리스마스 풍경


정말 두 얼굴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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