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의 가족 첫 마라톤 그리고 웨일즈 펜이판 등반

영국탐험 3탄 요크 마라톤 웨일즈 pen y fan 등반

원래 뼛속까지 집순이인 나지만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영국에서의 시간이 아까워

뼈까지 시린 이 겨울에 이불을 박차고 나와

이색 경험에 도전해보았다.



스토리 하나. 영국 요크에서 첫 가족 마라톤에 참가하다.


영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색 가족 마라톤이라면 달리기 무진장 싫어하는 우리 아이도 같이 참여해볼 수 있을 듯 하였다. 그리고 11월 요크에서 열리는 fun run이라는 정보를 찾아냈다.


https://www.mo-running.com/



주최측은 남성들의 전립선암 예방 캠페인을 담당하는 단체(morunning)로 주기적인 마라톤 행사를 운영하는 곳이었다. 남성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을 다같이 붙이고 전립선 건강을 기원하는 마라톤이니 뜻깊고 의미있는 참여일거란 생각도 잠시 했지만 무엇보다 각종 캐릭터들 코스튬을 입고 가족들끼리 달리는 사진을 보니 마라톤 행사 자체가 매우 유쾌해 보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영국에서 그것도 잉글랜드 북부 요크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사상 첫 가족 마라톤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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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뛰어넘었던 고퀄리티 런던 백투더퓨쳐 뮤지컬




마침 런던에서 백투더퓨처 뮤지컬을 보고 온지 얼마 안되어 집에 돌아와서도 영화를 보며 한참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달리기 의상으로 브라운 박사님 코스튬은 어떨지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존에 브라운 박사님 가발과 로고 티셔츠를 팔고 있었다. 트레이드 마크 콧털 세트도 함께 잊지않고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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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항상 심하게 오버하는 맥시멀리스트 엄마로 고생중인 우리 아들과 남편. 결국 이런 모습으로 숙소를 나섰고 택시로 마라톤 출발 장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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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장소에 도착 후 주위를 둘러보니

동물 잠옷을 입고 달린 여자아이 콧수염 붙인 엄마 달랑 한명 외에는

모두 평상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11월이라 코스튬을 입기에는 너무 추웠을까?

옥스퍼드에서 이곳 요크까지 기차타고 엄마 병원 가운이랑 의상을 바리바리 챙겨온 우리는 허탈했다.

하지만 생각할 겨를 없이 곧이어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출발해야해!




인생이란 다 그런거지!



결국 가발을 손에 들고 완주에 성공한 아들과

콧수염을 붙인 채 포토라인에 도착한 엄마!


마라톤 다음 날 영광스런 사진들이 홈페이지에 업로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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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morunning funrun 홈페이지 등재된 첫 가족 마라톤

콧수염 붙이고 당당히 참여한 황당한 어느 동양인 가족이

영국 요크 주민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안겨주었으리라

위안을 삼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첫 가족 마라톤의 기억은 이렇게 남았다.


깔깔 거리며 의상을 준비하면서 기억

당일날 부끄러움이 엄습했던 기억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다같이 완주했던 기억


유난을 떠는 엄마를 만나 고생 많은 아들에게 미안했지만......


사실 영국에 온순간부터 제일 가보고 싶었던 도시가 요크였다.


달리기 일정도 있었고 비가 내내 와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고대 성곽에 둘러쌓인 멋스런 도시인 요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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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 도시는 역사 박물관 자체


로마 시대 흔적과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IMG_4999.jpeg 요크 Sore Thumbs 중고 게임 전문 가게

마치 게임 역사 박물관을 방불케하는 게임 가게가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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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에 들어온 듯하며 가성비 좋은 향수들을 살 수 있는 the Society of Alchemists 라는 향수가게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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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 바이킹 박물관

한때 덴마크 바이킹 족들의 터전이었던 요크를 재현한 박물관에서 배를 타고 실감나게 구경할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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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블즈 거리 (The Shambles) 도 해리포터의 다이애건 앨리 스트리트 감성 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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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피쉬 앤 칩스와 스테이크가 있는 리즈 맛집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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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 들고 공중 세발 자전거 타고 칼을 식도까지 넣었다가 빼는 거리공연도 있었다. (눈은 못뜨고 박수만;;)


미국 뉴욕의 오리지널 도시이자 부끄러운 추억을 안겨 준 요크!

한국 돌아가기 전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다.



스토리 둘. 영국 웨일즈에서 산악 등반 도전하다.



스코틀랜드에 다녀 온 후 그곳에서의 좋았던 기억으로 이번에는 웨일스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하프텀(영국은 3학기로 운영되는데 한 학기마다 중간에 일주일정도 하프텀 즉 중간 방학이 있다) 이 이어지는 주말을 끼고 딱 3박 4일 정도의 여행 일정이 생겼는데 스노도니아 산이 유명한 북부 웨일스는 집에서 너무 멀어 3박 4일 일정으로는 빠듯할 듯 했다. 그래서 이번 하프텀에는 카디프를 시작으로 브레콘 비콘스까지 남부-중부 웨일스로 가보기로 했다.


웨일스는 남부 카디프를 수도로 둔 연방 국가 4개중 하나인 국가다.

언어는 웨일스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웨일스를 지나는 순간 고속도로 표지판에 두가지 언어가 함께 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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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용은 웨일스를 상징하는 대표적 동물로 웨일스에서는 상점이나 식당을 가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다. 영국 왕자와 공주를 웨일스 프린스 웨일스 프린세스라고 불리는데 이는 영국 국왕이 웨일스를 함께 통치한다는(?) 의미로 전통적으로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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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 여행 일정에 광산 체험을 빠뜨릴 수 없다고 들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광산 체험관에 다녀와보니 왜 다들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다. 빅 핏 국립 석탄 박물관(Big Pit National Coal Museum)은 실제로 광부들이 일했던 장소를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개인 사물함 샤워실 등) 곳곳에 그들이 목숨을 걸고 흘렸던 피땀 눈물이 남아있어 그들의 노고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어마무시한소음과 먼지 속에서 그들이 매일같이 느꼈을 두려움도 실감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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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핏 국립 석탄 박물관(Big Pit National Coal Museum)


불과 백년 전만에도 세계를 재패했던 대영제국의 초호황기 당시 엄청난 수준의 부를 가져다준 영국의 광산업, 하지만 그렇게 한 시대를 이끌었던 광산업은 1900년 중반부터 급격한 속도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관련 회사들이 폐업하며 하나의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는 모습을 보니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AI의 탄생으로 인해 지금 호황인 산업들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대영제국 시대 광산업으로 엄청난부를 축적한 영국의 이면에는 목숨을 걸고 일생ㅇ르 바쳐 일했던 광부들이 있었다. 한편 그들의 희생 덕분에 부를 축적한 부자들의 호화로운 생활은 카디프 캐슬에서 엿볼 수 있었다. 광산 노동자 들의 삶과는 극적으로 대조적이었던 부자들의 삶. 그 격차는 근대 사회나 지금 21세기에나 변함없단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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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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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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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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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캐슬은 구석구석 사진 맛집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음은 아름다운 웨일스 중부로 옮겨 대자연을 감상할 시간이다. 중부 웨일스에는 4가지 폭포와 하이킹 코스가 유명한 곳은 바로 브레콘 비콘스! Brecon Bea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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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즈 pen y fan 펜이판 등반

대부분 평지로 된 영국에서의 등산이라 가벼운 동네 뒷산 산책정도로 가벼이 생각했던 건 큰 오산이었다. 등산 막판 즈음 90도 암벽 등반 수준의 고난이도의 등산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때마침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고) 90도 절벽에 매달린 채로 다시 내려갈수도 그대로 올라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다시 돌아가야 할지 계속 가야할지 고민해야 했다. 뒤돌아보면 낭떠러지 아래로 그대로 밑으로 떨어질 것 만같은 공포감이 엄습했다. 거창하지만 우리에겐 산악등반이라고 이름 붙일만 하다.


내려가는 일이 더 고통스러울 듯하여 돌을 하나씩 붙잡고 천천히 올라갔고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정상이 드디어 눈에 보였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정상에는 많은 개들과 어린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대체 저들은 어떻게 올라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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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즈 pen y fan 등반

정상에 오른 기쁨도 잠시 비바람이 더 거세지고 어두워 지기 전에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거의 미끄럼틀 타는 수준으로 절벽 코스를 다시 내려갔다.

보기에 멋은 없지만 그래도 안전이 최고!

그렇게 서로를 기특해하며 생애 첫 산악등반을 마무리했다.


옷과 장갑은 당연히 진흙 범벅이 되고

신발도 복구 불능 상태가 되어 이제 헤어지기로 했다.


우리나라 산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의 이국적인 유럽에서의 날것 그대로의 산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대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웨일스였다.


주차장은 Pont ar Daf or Storey Arms car parks 두군데로 Pont ar Daf 주차장을 이용하면 더 짧은 코스를 이용할 수 있어 왕복 3시간 정도 내로 가능했다. 마지막 엄청난 난이도의 절벽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최대 단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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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옷을 차려 입은 말들과 함께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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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온몸이 쑤셨던 마굿간에서의 추억

심지어 첫날 밤은 마굿간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다. 에어비앤비에서 검색하던 중 마굿간과 캠핑카 체험이 해보고 싶어 예약했다가 무방비상태 추윗속에서 침대는 두명이 겨우 끼어 잤고 나머지 한명은 미니 소파에서 몸을 구부려 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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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웨일스 산골마을



여행 내내 흐리고 비바람 치더니 마지막날까지도 안개 자욱한 산골 마을에서 웨일즈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웨일스 여행은 엄마의 모험심으로 추위와 비바람에 시달렸지만 애써 즐거워해주는 가족들에게 내내 미안하고 고마운 여행이었다. 그래도 나쁜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는 법.


해가 쨍한 웨일스도 초록초록한 웨일스에 꼭한번 다시 가보고 싶다.


먼훗날 영국생활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은 추억 두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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