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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아바 Mar 03. 2020

아기가 아닌, (예비)엄마를 위한 내 맘대로 책 추천

10개월, 36주 3일(D-25)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콕의 시간이 늘어난 만큼 집에서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책장들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는데, 임신 전 또 임신 기간 동안 꽤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금 꺼내보고 있다. 이 책들은 아이와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책이지만 아기를 위한 책이 아닌 엄마를 위한 책이다. 육아 필독서는 아니지만 나에게 꽤 많은 영감을 주는 책들이기에 짧은 소개와 감상을 남겨본다.




1. 버스를 타고 (아라이 료지 지음 / 김난주 옮김)

18년 겨울 제주 여행 때 나와 남편은 제주 북동쪽의 작은 마을 종달리에서 무인 책방인 '책 약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사실 무인 책방이라고 말했지만 주말에는 책방에 계시는 지기님을 만났고 그곳에서 이 책을 추천받았다.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니 별자리와 타로도 봐주셨고, 이 <버스를 타고>라는 책도 직접 골라주셨다. 


버스를 기다리는 주인공이 '룸룸파룸 룸파룸'이라는 신비한 주문과도 같은 혼잣말을 되뇌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내용이다. 이 그림책은 원하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책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우리 부부를 보고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주인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추천해주셨을 것 같다.


룸룸파룸 룸파룸, 직접 입으로 읊조려보면 뭔가 기분이 아리송하게 좋아지는 이 마법의 주문은 목적지를 빨리 가는 주문이 아니라, 그곳까지 가는 길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주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널 만나기 전 엄마 아빠가 기다리며 외웠던 주문이라며 '룸룸파룸 룸파룸'을 알려줄 생각이다.  아이 갖기를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 그리고 아이를 품에 안고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분들께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룸룸파룸 룸파룸'과 함께 즐거운 여행길이 되시길...




2. 내가 태어날 때까지(난다 만화)

<어쿠스틱 라이프>라는 일상툰을 다음 웹툰에 장기 연재 중이신 난다 작가님의 만화책. 첫 아이를 임신한 부부의 이야기를 임신 초기부터 출산까지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일상 이야기다. 주인공 부부와 실제 작가님 부부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작가님 본인의 임신 이야기도 함께 녹여 넣은 자전적인 내용의 만화라고 생각된다. <어쿠스틱 라이프>도 그렇지만 굉장히 일상적인 단어이지만 가슴을 톡 치는 작가님 특유의 감성이 잘 녹아있는 만화다.


"부모의 나라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몇 번이나 그곳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쫓겨나 서성거리곤 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또다시 여행을 준비하고 만다." -<내가 태어날 때까지> 中-


이 책은 임신하기 전,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샀던 책이었다. 임신 전에는 막연한 느낌으로 임신한 나를 한껏 상상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을 갖고 읽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제 임신의 막바지에서 다시 읽는 이 책은 많은 공감과 왠지 모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걸어왔던 여행의 끄트머리에서 지난 발자취를 차곡차곡 돌이켜보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배속의 아이의 내레이션도 종종 보이지만, 이번 생에 엄마가 처음인 주인공의 이야기, 그리고 그를 둘러싼 남편, 이웃, 동료들의 잔잔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3.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우아영 지음)

앞의 책들과 다르게 책 표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굉장히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책이다. 그리고 정말 절절하게 공감되는 제목의 책이다. 임신 소식을 알린 후 지인분께서 선물해주신 책인데 임신이라는 세계에서 멘붕에 빠졌던 나를 여러 차례 구해준 책이었다. 점점 글밥이 빼곡히 차있는 책들을 점점 멀리했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단숨에 읽어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내 몸에 대해서 당혹스러운 나에게 적어도 '왜' 그런지 이유는 알려주는 책을 만나는 건 가뭄의 단비 같은 시간이었으니까.


과학기자인 저자의 이력답게 임신한 본인의 몸을 관찰하며 그 증상에 대해서 정말 전문적인 지식과 참조자료들을 뒷받침하여 설명하고 있다. 나는 초기 유산율이 매우 높다는 것(첫 임신의 유산 확률은 50~60%)도, 입덧이 구역질도 있지만 뱃멀미 같은 증상이 계속된다는 사실도, 온몸의 관절이 나사 풀린 듯 헐겁고 삐걱거리게 된다는 것도... 아무것도 모르고 임신을 했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마주치는 비정상적인 나의 몸 상태에 경악했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는 모든 사람들의 말(의사, 엄마, 주변 선배 엄마들)의 말에 더더욱 경악했다. 


최근엔 그래도 이런 책이나 <아기 낳는 만화>같은 웹툰이 나와 그나마 임신의 민낯을 알려주고 있지만 나는 끝없이 목말랐다. 그나마 이 책을 임신 초기에 선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에게 닥칠 시련들을 어렴풋이 알게 되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아는 것만으로 증세가 호전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정체모를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임신 중 고통에 대한 호소에 '임신하면 원래 그렇고, 그게 정상이야.'라는 두리뭉실하지만 날카로운 피드백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식을 얻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아기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많지만 산모에 대한 정보는 정말 부족하기 때문에 이 책과 같은 '엄마를 위한'이라고 쓰고 '아기를 위한'이라고 읽는 책 이외에도, 정말 엄마용 책들이 더더욱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아직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엄마가 되기 전, 그리고 엄마가 되어가는 여정에서 만났던 이 책들은 나에게 엄청난 영감이나 지식을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불안하고 막연했던 내 마음을 각자의 스타일로 잘 어루만져 주었던 책들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으로 추천과 감상을 썼지만 그래도 임신을 앞 둔, 그리고 임신 중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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