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시터는 주로 이동하고 걷는 일이 전부인 일이다. 대부분 일은 서울에 있고 나도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차는 필요가 없다. 있어도 아마 대중교통으로 가는 게 더 빠르고 주차 걱정도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엔 하루 종일 걷는 일이 많은데 원래도 내 강아지 산책하느라 많이 걸었지만 펫시터를 한 이후에는 걷는 양이 배로 늘어 이젠 1만보를 걷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내 핸드폰 속 건강 어플에서는 하루 평균 1.2만 보, 1년 평균 약 만보를 걷고 있다고 한다. 내 인생에 이렇게 많이 걸어 다니는 일은 없었는데 신기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응이 되어서 인지 과거에는 1만보를 걸으면 그날 밤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아팠는데 이젠 2만보를 걷지 않는 이상 아프지도 쑤시지도 않다. 오히려 덜 걸으면 뭔가 찜찜하다.
힘들지 않게 만보를 걷고 싶다면 난 펫시터라는 직업을 추천하고 싶다. 딱히 돌아다닌 것 같지 않은데도 핸드폰을 보면 벌써 만보다.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도 먹은 만큼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오히려 빠졌다는 이야기도 들을 때가 있어 괜히 기분 좋기도 하다. 최근에는 펫시터의 일을 운동으로도 생각해 보니 참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아침을 챙겨 먹지 않고 출발한다. 공복으로 첫 방문 산책을 하고 1시간 정도 신나게 산책하고 오면 배에선 천둥소리가 나지만 돈도 벌고 운동도 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보통은 1~2건 정도만 하고 오는 편이라 일을 끝나고 집에 오니 오후 1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시간에는 프리랜서로 하던 일을 하거나 쉬거나 내 강아지와 카페에 가서 쉬다가 온다. 많이 걸으면 자연스럽게 피로도가 생기기 때문에 밤에 잠도 잘 온다. 새벽에 하던 쓸데없는 생각도 멈춰지고 몸이 개운해진다. 그래도 나도 인간이라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조금만 걸어도 몸이 피로해지고 쉬고 싶어 지는데 그럼에도 나는 걷고 또 걷는다. 일은 해야지.
사계절을 밀도 있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펫시터의 장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달라지는 냄새와 풍경이 산책을 더 풍미 있게 만들지만, 여름과 겨울은 너무 날씨가 덥거나 추우면 크기에 상관없이 30분 이하 산책만 권하고 있다. 그 이상을 원하면 여름에는 얼음물을 따로 준비한다. 어떤 보호자님은 날씨에 상관없이 지치게 해 달라는 요청을 줄 때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너무 속상한 요청이다. 강아지는 단순히 걷는 것뿐만 아니라 냄새를 충분히 맡는 게 중요하기에 무작정 많이 걷는 게 좋은 산책은 아닌데 가끔 과도할 정도로 냄새를 맡거나 (발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아스팔트 외의 흙이나 잔디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보호자님도 가끔 있는 편이라 내가 어떻게 하자고 말할 순 없지만 괜히 속상한 것 같다. 다수의 강아지를 산책하다 보니 평소에 산책을 많이 했는지 아닌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산책을 많이 하는 강아지는 자기만의 산책 루트가 정해져 있고 이 길을 벗어나 산책하려고 하면 은근히 고집부린다. (여기 아닌데? 하는 느낌) 그리고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다. 줄을 짧게 잡지 않아도 알아서 사람 옆에 적당히 붙어 있고 알아서 줄은 느슨하게 조절을 한다. 반면에 산책을 자주 안 하거나 어색한 강아지는 좀 지랄 맞다. 오랜만의 산책이 너무 기쁜 나머지 줄을 팽팽하게 당기거나 강한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냄새도 오늘이 아니면 못 맡는다는 듯이 최선을 다해 맡는다. 그러면 산책하는 사람도 산책하는 강아지도 굉장히 곤혹스럽다. 그렇기에 산책 매너가 조금 부족한 강아지는 미리 보호자님이 준비해 둔 간식이 있다면 이름을 부르고 (콜 훈련) 바라보면 칭찬과 간식을 주며 속도를 맞춰 걷는 연습을 조금 해주기도 한다. 사람도 매일 걸으니 기분이 좋고 잠도 솔솔 오는데 강아지는 어련할까. 힘들지만 오늘도 걷고 또 걷고 걷는 펫시터의 일상이다.